반올림 "반도체 협상 조정위원회 반대"
황상기씨 "중립적인 조정위원 찾을 수 없어, 삼성에서 뒷작업"
2014-10-08 14:41:40 2014-10-08 14:41:40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피해자 보상과 관련한 조정위원회 설립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협상 주체가 3개로 분열된 가운데 삼성과 피해자 가족 6명은 조정위 설립을 위한 실무협상을 진행해왔지만 반올림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파열음이 생겼다.
 
반올림은 8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열린 삼성전자(005930)와의 8차 교섭을 앞두고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고 황유미씨의 부친인 황상기씨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장 중립적인 조정위원을 찾을 수가 없다"며 "조정위를 설립한다고 해도 삼성전자에서 뒷작업을 하기 쉬울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피해자 가족 모르는 곳에서 작업하는 건 아주 쉽다. 삼성에서 뒷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삼성 입맛에 맞게 행동한다"며 "반올림은 결국 중재위, 조정위 설립에 합의하지 않기로 했다. 요구한 것처럼 사과, 재발방지 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이어 "이럴 것이라면 옛날에 삼성에서 돈 준다고 할 때 받았을 것"이라며 "다 뿌리치고 많은 암 환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반올림 요구안을 주장했다. 중재위원이 왜 필요한가. 당사자와 삼성이 얘기해야 한다. 중재위는 삼성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것일뿐"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는 반올림을 배제하고 지난달 26일부터 현재까지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실무 협상을 진행해 왔다. 삼성과 가족대책위는 조속한 피해자 보상을 위한 조정위원회 설립에 합의했다. 이후 가족대책위가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후보 3명을 추천했고, 삼성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왔다.
 
반면 반올림 측은 송창호씨를 비롯한 피해자 및 유가족 6명이 반올림 협상단을 이탈하자 협상 주체에 대한 재검토를 삼성에 요구했다. 가족대책위와 별도로 삼성과 본 교섭을 이어가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삼성전자는 3자가 모두 한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가족대책위가 반올림과 별도로 삼성과 협상을 진행했고, 구체적인 조정위원회 합의안 마련에 돌입하자 반올림은 삼성과 가족대책위 측에 비판적인 견해를 쏟아내며 성실한 교섭을 요구했다. 반올림은 최근 성명을 통해 "삼성과 가족대책위가 별도의 교섭을 진행하는 것은 반올림을 기만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가족대책위 대표인 송창호씨는 교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은 가족대책위와 삼성이 합의한 조정위원회 구성에 대해 반올림에 설명하는 자리"라며 "조정위는 가족대책위가 아니라 처음에 심상정 의원측에서 제안한 것이고 협상의 진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올림측 협상단이 삼성전자와의 교섭을 앞두고 조정위원회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사진=뉴스토마토)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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