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지난해 원전비리를 겪으며 국내 원자력업계는 국민에게 쇄신을 약속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각오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업계는 1년을 허송세월했고 약속을 믿는 국민만 바보가 됐다.
8일 국회에서 열린 2014년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노후원전 수명연장과 원전 방호·방재대책, 한국수력원자력 방만경영,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의 원전 관리·감독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의와 지적이 쏟아졌다.
이번 국감은 원전비리 후 정부의 후속대책 이행 여부와 월성 원전1호기 수명연장 등에 관련해 국민의 관심이 높았지만 원자력업계는 실망스러운 자세만 보였다. 대부분 질의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부실한 국감태도를 드러내서다.
◇8일 국회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렸다.ⓒNews1
우선 새누리당 김재경·민병주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 등은 원전 방호·방재대책과 원전 해체작업(폐로) 문제에 대해 질의했다.
김재경 의원은 "원전사고 때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에게 사고수습 전반을 통제할 권한과 절차, 시스템이 마련됐느냐"고 물었고, 민병주 의원은 "우리나라는 '원자력안전법'에서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중대사고를 관리하는 부분이 명문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의원은 "폐로에는 자금과 기술이 가장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는 폐로 자금을 현금으로 마련하지도 않았고 기술 수준도 낮다"며 2030년이면 국내 원전 23기 가운데 12기의 수명이 종료되는 만큼 폐로에 대해 준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은철 원안위 위원장과 조석 한수원 사장의 답변은 구체적인 대안과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말로만 반복됐다. 급기야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이 "고려하겠다고만 하는 것은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핀잔을 줄 정도였다.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받은 원전 관련 정보의 불투명성과 무성의한 국감 태도는 이번 국감에서 또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국감 전 한수원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에 월성 1호기 수명연장 문제를 심사한 내용과 관련한 자료들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실제 내용은 없이 표지만 보내왔다"며 "국회를 우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이 국감 자리에서 조석 한수원 사장과 김무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에게 직접 자료 공개를 요청했으나 이들은 "심사에 참여한 전문위원들의 질의만 공개하고 답변은 비공개"라거나 "규정에 따라 자료를 열람할 수 있지만 전문 공개는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비리의 핵심인 원전 마피아 역시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모양새다.
새정치민주연합 장병완 의원은 원안위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원안위에 참여하는 위원과 전문위원들이 산업부 산하 에너지위원회와 겸직하고 있다"며 "원전 규제와 진흥을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정 취지를 위반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은 또 "원전부품 품질검증 인증업체인 'TÜV-SÜD 코센'은 한수원의 원전부품 검증을 100% 독점 수주했는데 지난해 원전비리와 관련해서도 아무 책임 추궁이 없었다"고 말했다.
원전 관련 정보를 제대로 숙지하지 않아 답변을 제대로 못 한 경우도 있었다.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조석 한수원 사장에게 "방사선 작업 종사자는 개인피폭선량계를 착용하고 방사선을 취급해야 하며 이들의 피폭방사선량을 기록해야 한다"며 "방사선관계 종사자 중 판독특이자가 2011년 15건에서 올해 상반기만 121건으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판독특이자는 방사선에 노출된 양이 법에 규정된 상한치를 초과하거나 방사선 노출량에 대한 측정이 불가능한 경우로, 판독특이자가 증가했다는 것은 기준치를 넘어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들이 증가해 원안위와 한수원 측에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조석 한수원 사장은 판독특이자 현황은 물론 그 의미도 잘 몰랐다.
이에 이 의원은 "한수원 사장이 이런 걸 모르면 어쩌느냐"며 "국회의원들이 공부를 안 한다고 하는데 사장님 역시 국감에 나올 때 의원들 질의를 미리 공부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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