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가뜩이나 장기간 불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가 쏟아지는 수입산 철강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나날이 증가하는 중국산 철강재에 더해 최근에는 엔저를 등에 업고 일본산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설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중국과 일본 사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는 하소연이다.
특히 일본산 철강재의 경우 불량률이 높고, 이른바 짝퉁이 많은 중국산에 비해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어서 국내 철강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철강재 누적 수입량은 1702만1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7% 증가했다. 지난 8월에는 수입 철강재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40%를 돌파했다.
이중 중국산은 1001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6% 급증했으며, 전체 수입량의 58.8%를 차지했다. 중국산 철강재는 지난해 10월 이후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서는 수입량이 매달 100만톤 수준을 상회하고 있어 이 같은 증가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일본산 철강재 수입량은 553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증가세로 전환됐다. 일본산 철강재는 올 3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지만 지난달 들어 증가세로 반전하며 돌아섰다.
업계에서는 엔저가 장기화되면서 일본산 철강재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내수 경기 침체로 철강재 수요가 감소한 점도 수출 증가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특히 일본산 수입재의 경우 범용재인 중국산과 달리 국내 철강사들이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고부가제품군이 많아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실제 지난달 수입된 일본산 철강재를 비중별로 보면 전기강판(50.0%), 특수강(45.7%), 열연강판(42.9%), 중후판(33.3%) 등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철강사들은 가격 인상은커녕 수입재에 대응해 꾸준히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이 올 들어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격 하락 폭이 더 확대되면서 수익성은 크게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고로 없이 핫코일, 슬라브 등 기초 소재를 받아다 가공·판매하는 중견·중소 철강사의 경우 마진 하락과 수입재 공세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곳이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입 품목인 보통강 열연강판의 지난달 평균수입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2.1% 하락한 568달러(59만6000원)로 2012년 3월부터 31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 수입산과 국산의 가격 차이가 약 12만 가량 벌어졌던 보통강 열연강판의 경우 1년 후인 올 9월에는 5만원 수준으로 좁혀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의 경우 가격은 저렴하지만 불량률이 높고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정밀소재 등 고부가 수요처를 뚫기 힘들지만, 일본산은 품질에 대한 신뢰도도 높은 편이라 국내 철강사들이 상대하기 더 까다로운 상대”라며 “엔저로 가격경쟁력도 높아져 대응방안 모색에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철강업계가 수입산 철강재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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