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지난해 처음 도입된 원유가격 연동제가 우유가격 인상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는 논란이 벌어지면서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1일 오전 전국은행연합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낙농가, 유가공업체, 유통업체, 학계, 소비자단체 관계자를 초청해 '원유가격 연동제, 이대로 좋은가'란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연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연동제는 생산자와 가공업체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에만 중점을 뒀다"며 "우유는 가공식품의 원료가 되므로 도미노 물가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유가격 연동제는 그동안 우유 생산비의 변동률이 5% 이상 차이가 날 때 3년~4년마다 협상을 거쳐 원유가격을 결정한 것에서 매년 통계청 우유 생산비와 물가상승률에 따라 조정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적용될 당시 기존 ℓ당 834원이었던 원유가격이 106원 오른 940원으로 결정됐고, 이에 우유업계는 제조·유통마진을 더해 200원에서 244원 정도로 흰 우유 가격을 올렸다.
김민경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교수는 원유가격 연동제의 시행 목적을 설명하고, 이 제도로 드러난 문제점을 함께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연동제는 낙농가와 우유업체 간의 극심한 갈등의 원천이었던 가격 협상을 신사적으로 풀어낸 합리적인 제도"라며 "생산비의 변화를 원유가격에 탄력적으로 반영해 낙농가의 경영을 개선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유업계 모두 기본가격 106원 인상 이외에 제조마진과 유통마진 인상을 시도하면서 담합 의혹도 증대됐다"며 "또한 2008년 이후 미반영된 증가분을 동시에 반영하면서 소비자와 갈등을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이에 기존 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면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격 협상과 누적 연동제, 중재위원회 등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가격 협상을 도입해 우유업체의 담합 의혹을 해결하고, 생산비가 소폭 상승할 때 어느 정도 누적된 이후 가격을 협상을 통해 결정할 수 있다"며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영 비밀을 보호하는 선에서 각계가 참여한 중재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낙농가, 유가공업체, 유통업체는 연동제 운영의 문제점에 대해 여전히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순철 한국낙농육우협회 부회장은 "원유 생산과 비교해 소비가 점점 감소하는 등 낙농 현실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8% 수준인데, 국내는 30% 이상인 과도한 유통마진을 어떻게 개선할지가 문제"라고 밝혔다.
박상도 한국유가공협회 국장은 "지난해 제품가격이 제때 반영되지 않아 500억원 정도의 손실을 봤다"면서 "당시 가격을 인상하면서 제조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있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보호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계기영 롯데마트 냉장냉동식품팀 팀장은 "현재 유통마진은 대형 할인점, SSM, 편의점, 슈퍼마켓 등 업태의 차이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며 "마진을 과감히 줄이는 것보다 소비자 요구에 맞게 공급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전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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