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자신들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될 경우 우선 당초 경고한 대로 2007년부터 진행해온 핵불능화 작업을 중단하고 복구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봉인 해제→사찰관 추방→시설 복구' 등의 순서로 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특히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을 우선 복구하는 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불능화 중단과 복구 정도는 이미 '식상한' 카드라고 할 수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력.제재 조치의 수위에 따라 북한이 이를 돌파하는 카드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제2차 핵시험일 가능성이 크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대외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비공식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달 2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1695호→북한의 핵시험'으로 이어졌던 2006년 상황을 상기시키면서 "역사를 망각한 제재소동이 되풀이될 경우 조선(북)의 초강경 대응을 다시 촉발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했다.
2006년 10월 실시된 핵시험에 대해 성공이라는 평가와 실패했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다시 핵시험을 통해 확실하게 자신들의 핵무기 보유 능력을 과시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4일 "로켓이라는 운반능력을 과시한 만큼 핵시험을 통해 핵무기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북한에 대한 압박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2006년과 동일한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핵시험과 더불어 핵탄두를 소형화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것도 북한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 다.
장거리 운반능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핵탄두를 소형화함으로써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대포동 2호'뿐 아니라 중거리 미사일인 '노동1호'에도 핵탄두 장착능력을 과시하는 것은 미국은 물론 일본과 심지어 남한까지도 핵미사일의 타격 대상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할 수 있어 1차 핵시험 때보다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다만 현재 북한의 소형화 기술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국제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SG)'의 대니얼 핑크스톤 연구위원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을 이용해 소형 핵탄두 제조에 성공하고 이를 북부 지하시설 2곳에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수혁 전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저서 '전환적 사건'에서 1999년 방북한 파키스탄의 압둘 칸 박사가 평양에서 2시간 떨어진 지하터널을 방문, 운반대 위에 놓인 3기의 플루토늄 핵장치를 목격했으며, 탄두는 직경 약 24인치(60.96㎝)에 64개의 뇌관이 있는 것이었다고 밝혀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상당 부분 성공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한 전문가는 "그동안 북한 평안남도 용덕동에서 이뤄진 고폭실험 등을 보면 소형화에 상당히 접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개발을 추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그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상희 국방장관은 지난 2월16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북한이 핵 소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상 군사적으로 핵을 상정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영변 핵시설 등을 돌아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가 현 단계에서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며 "북한이 소형화쪽으로 가려고는 하겠지만 아직 그 정도의 기술을 보유하지는 못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현재 핵탄두 소형화를 달성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지만 앞으로 기폭장치 실험 등을 통해 소형화 노력을 외부에 더욱 노출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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