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리베이트로 적발된 제약사에 약값을 돌려달라는 집단소송에서 패소한 소비자들이 항소키로 했다.
지난 2012년 12월 ‘의약품 리베이트 감시운동본부’를 설치하고 의약품 리베이트 환급 민사소송에 공동 대응했던 ‘소비자시민모임’과 ‘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25일 이번 약값 리베이트 손해배상소송 판결과 관련해 "제약사 대상 리베이트 감시활동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이며 심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법원은 약가지불제도인 '실거래가상환제'와 불법행위인 의약품 리베이트의 내용과 관계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따라서 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송달받는 대로 내용을 검토한 후 문제점에 대해 하나하나 공식적으로 지적하고 아울러 고등법원에 항소해 적극적으로 다툴 예정"이라고 못박았다.
앞서 동아제약의 '스티렌·가스터·오팔몬', JW 중외제약의 '가나톤·뉴트리플렉스', 대웅제약의 '푸루나졸' 등을 이용한 소비자 9명은 "리베이트로 인해 과다하게 책정된 비용을 환급하라"며 시민단체를 통해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인 소비자들은 이들 제약사들이 요양기관에게 명목상으로는 상한금액으로 판매하고, 실질적으로는 수금 및 매출할인과 각종 리베이트를 통해 해당 약제를 상한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판매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게는 명목상의 판매금액을 신고함으로써 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오영준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대웅제약(069620), 동아제약,
JW중외제약(001060) 등 제약사 3곳을 대상으로 환자 10명이 제기한 의약품 리베이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에서 원고 전부 패소판결을 내렸다.
제약사들이 의료기관에 대한 리베이트 제공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결이나 행정소송 확정 등에서 불법행위로 인정된 것은 제약사들 사이에서 자사 의약품을 더 팔기 위해 의료기관에 판촉·로비를 했다는 것인데, 이를 가격 담합과 연결시킬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만약 제약사들이 의료기관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판촉·홍보비가 일부 증가해 의약품에 반영됐다고 해도 당시 규제법에 위반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또 시장 경쟁 체제에서는 시장가 책정은 공급자에게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약사들이 의료기관과 공모해 소비자들이 구입한 의약품 가격을 리베이트 가격에 상응하게 올려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증거가 없다"며 "또 실제 소비자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해당 제약사들은 실제 리베이트와 약값이 전혀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에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제약사가 약을 만드는 단가에 리베이트 비용이 포함되는 구조이면 약값을 인하하는 게 맞는데, 리베이트 비용은 약값이 아닌 영업이익에서 책정해 결과적으로 기업의 이익이 줄어드는 경우라 이번 소송은 본질적으로 다른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리베이트가 약값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제약사들은 약값을 책정할 때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어 약값과 리베이트 영업비용을 연계시킬 수가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한편,환자 2명이 원고로 제기한 한국MSD의 ‘칸시다스’, ‘코자’ 대상 소송은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박형준) 심리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며, 다음달 4일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재판장 오영준 부장)은 지난 23일 박모씨 등이 JW중외제약·대웅제약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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