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천연가스 협상이 재개됐지만, 밤늦도록 아무런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소식에 양국은 물론 유럽까지 불안에 떨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유럽연합(EU)의 중재 아래 벨기에 브뤼셀에서 가스 협상을 재개했으나, 밤 9시가 넘도록 의견차만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가스 대금을 완납할 수 있다는 보증을 받기 전까지 가스 공급을 재개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관계자는 "협상은 늦은 밤까지 진행되고 있다"며 "성과가 도출되면 내일 아침 8시30분에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리 프로단 우크라이나 에너지 장관이 가스 공급 협상에 참여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집행위원회 본부에 왔다. (사진=로이터통신)
러시아는 또 겨울 공급 재개에 앞서 밀린 가스 대금을 내라고 독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 업체인 나프토가즈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31억달러를 쟁여놨다. 그러나 이는 러시가 요구하는 가스비 미납 대금인 45억달러에 한 참 못미치는 액수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EU 당국에 20억달러 추가 지원을 요청한 상태지만, 승인될지는 미지수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은 지난 6월에 가스 대금 45억달러가 미납됐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그 후 우크라이나 동부 사태가 완화되면서 양국의 가스 협상은 급물살을 탔으나, 우크라이나 총선에서 서방 진영이 대승을 거둔 것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협상이 결렬돼 러시아 가스 공급이 재개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는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올겨울 동안에만 가스 부족분이 30~40억입방미터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체 가스 사용량의 절반을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해왔다.
유럽도 마음이 편치 않다. 우크라이나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섰던 지난 2006년과 2009년 당시 러시아는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2009년 1월 당시, 단 며칠 간 가스 공급이 중단됐을 뿐인데, 온 유럽 대륙이 꽁꽁 얼어붙었다.
최근에 실시된 에너지 부문 스트레스테스트는 이런 불안감에 기름을 끼얹졌다. EU 당국이 38개 유럽국을 대상으로 1~6개월 간 러시아 공급이 줄어들거나 중단된 상황을 가정해 보니 핀란드, 마케도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가 엄청난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스콸레 드 미코 유럽의회 정책국 전문가는 "가스 분쟁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신뢰관계를 해치기만 할 뿐"이라며 "경제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번 가스 협상은 각 국가의 에너지 안보가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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