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일본이 지난달 내놓은 추가 양적완화 정책 여파가 국내 증시에는 큰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엔화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출주 실적악화에 따른 부담과 대형주 위주의 주가 약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1일 일본 중앙은행(BOJ)는 양적완화 규모를 종전보다 10조~20조엔 늘린 연간 80조엔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통화정책을 발표했다. 장기국채 투자 규모도 50조엔에서 80조엔으로 확대하고 보유국채의 평균 잔존만기도 7~10년으로 확대키로 결정했다.
일본이 이같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선 배경은 ▲일본 경기 둔화 ▲유럽중앙은행(ECB) 양적완화 ▲국제유가 하락으로 요약된다. 특히 지난 4월 소비세율 인상 이후 이어진 경제지표의 부진과 함께 디플레이션 경계감이 짙어진 것이 큰 영향을 줬다. 일본증시는 정책 기대감으로 양적완화 발표 당일 4% 이상 급등했고 엔·달러 환율은 110엔을 상향 돌파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일본의 이번 양적완화 정책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우려할 수준은 아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상보다 엔화가 국내 수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이나 중국, 유럽과 같은 주요 수출국의 소비경제 향방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승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3일 "최근 미국 소비자 심리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연말 소비 시즌이 이어지며 4분기 국내 수출 회복이 기대된다"며 "일본 정부의 사활을 건 정책 강화에 대한 우려보다는 투자심리 회복과 글로벌 수요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영교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엔화가 약세로 가더라도 원화가 동반 약세로 간다면 환율 부담은 그만큼 약화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엔 약세를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지만 현 상황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중립적이거나 오히려 호재가 될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10월31일 일본은행은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 News1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으로 엔화약세 속도는 예전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엔·달러 환율은 내년초까지 최대 120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로 말미암아 엔화약세는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말까지 달러당 엔화 환율은 115엔, 내년까지는 120엔을 상향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에도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점차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엔화의 추가적인 약세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며 "연말과 연초 엔·달러 환율은 110엔 중반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특히 올해 4분기와 내년 2분기는 일본중앙은행(BOJ)의 자산매입 연장과 연준(FRB)의 금리인상으로 엔화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는 구간"이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향후 일본의 수출단가 하락이 국내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기업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 산업에서 우리 수출주들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조선업과 철강업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유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엔 환율 하락으로 인해 기업들의 수출 실적에 대한 부담은 좀 더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일 수출 경합도가 높고 엔저에 따른 수입 가격 하락 효과가 크지 않은 품목을 중심으로 점점 부정적 영향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조선과 철강업종은 소비중심의 글로벌 경기 회복 구간에서 산업 수요가 위축된 상황"이라며 "일본대비 비교열위에 있으며 재화가 동질성이 높고 수주 기반 산업이기 때문에 엔화 약세구간에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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