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현대차그룹의 추락이 쉽사지 진정되지 않을 기세다.
경기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에 이어 한국전력 부지매입 '오버베팅'으로 시장에 큰 실망감을 안기더니, 환율 불안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되찾지 못하면서 다시 실적 부진과 주가하락의 고리가 되는, 부진이 부진을 부르는 모습이다.
주가는 하염없이 추락해 시가총액 2위의 자리까지 내주며 재계 서열 2위의 자존심도 무너져 내렸다.
4일 코스피시장 장마감 결과 ,현대차 주가는 전일 대비 3.12% 하락한 15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34조1429억원으로, SK하이닉스(34조5437억원)에도 밀려 시총 3위로 내려앉았다. 장중 15만3000원선까지 하락하는 등 연중 최저가를 새로 썼다.
지난 2011년 3월29일 포스코를 끌어내리고 줄곧 유지해 왔던 시총 2위의 위상이 이날로 마감했다.
현대차의 주가 하락은 대내외적 악재의 연속과 궤를 함께 하고 있다. 특히 한전 부지 매입은 현대차 주가 하락에 결정타가 됐다.
환율문제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올해 20만원 초반대를 유지하던 현대차 주가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컨소시엄이 한전 본사 부지를 감정가액의 3배 수준인 10조5500억원에 낙찰받은 9월18일 단 하루 만에 19만8000원으로 뚝 떨어졌다. 9.17%의 폭락이었다.
이후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과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의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한달여만에 시총 10조원이 증발했다. 문제는 이게 마침표가 아니었다는 것.
지난달 23일 발표된 3분기 영업이익은 1조64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나 곤두박질 쳤고, 29일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선언에 이어 31일 일본의 2차 양적완화 단행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실적 발표에 움츠러들었던 주가는 다시 수직하강을 이어갔다.
환율 영향에다 내부 기대를 한몸에 받던 신차 LF쏘나타의 부진으로 10월 미국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6.5% 감소한 5만대에 그쳤다.
급기야 4일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에서 연비과장 문제로 벌금까지 두들겨 맞으면서 주가 하락은 계속됐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에서 연비를 과장한 것과 관련해 미국 환경청(EPA)과 법무부에 각각 5680만달러와 4320만달러 등 도합 1억달러의 벌금을 부과받는 한편, 2억달러 규모의 온실가스배출권 적립 부담금 475만점을 삭감당했다. 사실상 3억달러의 벌금을 물게 된 셈이다.
문제는 현대차를 흔들 불확실성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확대 소송의 1심 선고일이 오는 7일로 다가왔다.
노조와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게 되면 현대차에서는 5조원, 그룹 전체적으로는 13조원 가량의 인건비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줘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될 경우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2%포인트 정도 하락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국내 여론 또한 현대차에 등을 돌리면서 수입차의 공간만 더 내주게 됐다. 김상대 현대차 국내마케팅 실장은 이날 아슬란 시승회에서 "국내 여론이 상당히 날카로운 질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낮은 자세로 경청하겠다"고 고개 숙였다. 시승회 성격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사과다.
현대차 관계자는 "엔저 등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등 시장환경이 계속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지속적인 원가절감과 적극적인 마캐팅 활동을 통해 미래성장 발판을 공고히 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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