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사고 발생 209일 만이다. 어제 세월호 실종자에 대한 수색 중단이 결정됐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도 철수하고 있다.
법적처벌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유병언 일가와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세월호 선원에 대한 법원의 선고가 내려졌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그 동안 줄다리기를 해 오던 여야는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사고가 마무리됐으니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그 동안 세월호 때문에 사회 분위기가 무거웠는데 이제서야 후련졌다면서 말이다.
겉으로 볼 땐 모든 게 끝난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알고보면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우선 아직까지 9명의 희생자가 제자리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수색 중단을 결정한 것은 다름 아닌 실종자 가족들이다. 정부와 수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내린 결론이다. 가족들이 이런 용단을 내린 것은 바다 속 어딘게 있을 피붙이들을 포기해서가 아니다. 추가 발견 가능성이 낮은 데다 날씨와 인력 등 수색에 한계가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고려한 것이다.
이번 사고로 인한 희생자는 세월호 탑승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순직한 소방관과 공무원들의 노력이 있었고 맨발로 달려왔던 잠수사와 자원봉사자들도 있다. 그들을 잊어서는 안된다.
앞으로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검찰이 어제 내려진 법원의 선고에 대해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이준석 선장은 수 백명의 승객들을 살릴 수 있었음에도 속옷바람으로 제일 먼저 탈출했다.
국민의 공분을 사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준석 선장에게 살인 의도가 없었다며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유가족들은 "이준석 선장이 승객들을 죽음으로 내몬 게 아니면 왜 그들이 죽었냐"며 분노했다.
이 선장은 재판을 받으면서 승객들에게 배에서 내리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승객들은 그런 지시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움직이면 위험하니 배에 그대로 있어라'고 수차례 반복되는 선내 방송이 있었을 뿐이다.
재판부는 이 선장의 주장을 사실로 판단했다. 이 선장이 탈선 지시를 한 것은 맞지만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승무원들 간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이를 종합하면 세월호 참사는 선박을 운영하는 청해진해운이 운영를 아끼기 위해 낡은 배를 무리하게 운행했던 점과 운전 미숙, 무리한 선적 등이 얽혀서 발생했다. 안전 불감증과 자본의 탐욕, 재난 컨트롤타워의 부재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다.
한 나라를 책임지는 대통령의 처사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지난 5월 "유족을 언제든 다시 만나겠다"고 확언한 박근혜 대통령은 그 이후 기회가 있었음에도 실종자 가족들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았다.
이 때문일까. 유독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챙겨야 한다' 등 사회에 대한 불신섞인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 국민들은 세월호 사고로 마음이 아프다. 시간은 모든 것을 치유해 준다고 하지만 그런 안일한 태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얻은 경험과 깨달음을 깊이 새겨야 한다. 비극이 되풀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다. 성수대교 붕괴가 일어났을 때도 이구동성으로 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20년이 흐른 지금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지난 4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났을 당시 진도 팽목항에서 만난 유가족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 아들은 언제쯤 엄마 품으로 돌아올까요.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게 뭔지 아세요?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내 일처럼 걱정해주시지만 언젠가는 외면하고 귀찮아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사회에서 해치워야 할 암덩어리가 아니다. 외면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받은 상처가 치유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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