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서울시가 발표한 임대주택 8만 가구 공급 세부 계획안이 자칫 또다른 도심 주차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맞추기 위해 주차장 기준을 파격적으로 완화해 주차난에 따른 주거의 질 저하 등 과거 난립했던 도시형생활주택의 우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지난 3일 시는 '다품종' 서울형 임대주택 공급을 골자로 한 임대주택 8만 가구 공급 세부 계획을 내놨다.
전월세 부담은 나날이 더해지고 있지만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에서의 임대주택 건설이 한계에 봉착해 민간 자본의 참여를 이끈 공동체 주택, 준공공임대주택 등 다양한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이번 계획에는 SH공사에서 매입하는 공공원룸 임대주택의 주차장 설치기준을 완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현행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주택단지의 경우 가구당 주차대수 1대, 원룸형 주택은 가구당 0.6대(30㎡미만 0.5대) 이상이 되도록 주차장을 설치해야 한다.
시는 이보다 기준을 완화, 가구당 0.3대(30㎡미만 0.25대) 규모로 설치할 수 있도록 공공주택 조례를 제정할 방침이다. 이는 행복주택 주차장 건설기준인 가구당 0.35~0.7대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실 거주자가 대학생, 사회초년생 위주여서 차량 소유 비율이 평균 14.4%에 불과한 공공원룸주택의 실정을 반영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 서울시가 공급한 공공원룸주택 투시도
하지만 여전히 주차난으로 인한 주거의 질 저하를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건축주가 공사와 공공원룸주택으로 공급하기 위한 매입 계약 체결 이후, 계약을 파기해도 별 다른 조치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공원룸주택 기준에 맞게 주차장 비율을 완화한 형태로 건물을 짓고 계약 파기 후 임의대로 도시형생활주택을 분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될 경우 줄어든 주차장 면적 대신 방의 갯수가 늘어 건축주의 수익은 증가하고, 이에 따른 주차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과거 1~2인 가구 증가 수요에 맞춰 지난 정부가 도입한 도시형생활주택 역시 공급을 장려하기 위해 주차장 설치기준을 3가구 당 1대 꼴로 기존 주택에 비해 크게 완화한 바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공급이 급증하면서 주차시설 부족 등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에 수요자에게 외면받았고, 전월세난 해소는 커녕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게 됐다.
결국 정부는 다시 주차장 기준을 강화하고,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를 조절하는 등 과잉 공급 부작용을 벗어나기 위한 뒷북에 한창이다.
면적은 비슷하지만 가구당 최소 0.8대를 주차할 수 있는 서울 국민임대주택 단지도 극심한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시는 이같은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법 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원룸주택 매입 시 건축 예정인 것, 짓고 있는 것, 준공된 것이 대상"이라며 "준공된 주택은 소유권 이전만 하면 되고 건축 예정이거나 짓고 있는 것은 일단 매입 협의를 하고 나머지 절차를 마무리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설계 기준대로 지은 주택을 서민 주거를 위해 매입하고자 하지만 건축주 입장에서는 영리성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고, 건축주가 지시하면 시에서 매입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예전에 도시형생활주택 주차장 기준을 완화하면서 주차난을 비롯한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다"며 "주차장을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으로 제도를 악용한다면 과거 실패한 도시형생활주택의 사례를 답습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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