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신흥국들이 유가 하락세와 달러 강세로 엄청난 경제난에 직면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달러 강세로 신흥국의 주 수입원인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데다 국가 채무 부담도 가중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총수출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하는 브라질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이 경기 둔화에 직면하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계속 하락해 경상 수지가 급속도로 쪼그라들었다.
국가 재정 수입의 절반이 에너지 수출에서 발생하는 러시아도 유가 폭락 여파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원자재는 달러로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달러 강세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현재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8년 만에 최고 수준에 와 있다.
데이비드 루빈 씨티 리서치 이머징 마켓 이코노미스트는 "상품 가격이 내려가면 신흥국 시장은 쉽게 자신감을 잃는다"고 말했다.
◇달러 인덱스 추이 2012년 8월~2014년 12월 (자료=인베스팅닷컴)
신흥국 별로 살펴보면 브라질 레알화는 올 한 해 동안 달러 대비 9.6% 하락했고 칠레 페소화와 콜롬비아 페소화는 각각 16%, 20%씩 폭락했다.
원유 수출국인 멕시코의 페소화도 달러 대비로 올 해 11.8% 내렸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려는 움직임마져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여름 이후부터 이어지고 있는 달러 강세가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을 부추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유를 수입해다 쓰는 터키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터키 리라화는 최근 3개월 동안 달러 대비 7.4% 하락했는데, 이 때문에 자본수지가 급속도로 악화됐다. 원유 수입국인 터키에게 달러 강세는 에너지 수입가를 낮춰주는 호재인 동시에 달러 표시 부채 규모를 불리는 악재다.
달러 표시 부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은 터키만이 아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2조6,000억달러규모의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했다. 이중 4분의 3이 달러 표시 채권이라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앉은 자리에서 채무가 늘어나게 된다.
글로벌 은행들이 신흥국에 빌려준 달러화 총액은 3조1000억달러에 달한다.
FT는 통화가치 하락으로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겠지만, 신흥국들은 그러한 기회를 살릴 만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경제 구조개혁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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