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자동차산업활성화 방안 발표 → 일주일간의 보도금지(엠바고) 요청 → 청와대 긴급 해명과 지상파 보도유예 →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 부결 →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 같은 방안 다른 입장 발표.
지난달 26일부터 오늘(13일)까지 20여일간 끌어오던 신차구매시 세금감면 지원방안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은 파란만장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12일 긴급 브리핑을 갖고 자동차 산업활성화를 위한 세금감면 최종방안을 확정, 발표했지만 기존 발표됐던 지원 방안중 달라진 것은 적용대상이 좀 더 명확해진 것에 불과했다.
당초 방안에서는 2000년 1월1일이전 등록된 차량을 발표시점 이전부터 보유한 개인과 법인을 대상으로 노후차 폐차 후 신차구매시 개별소비세와 취·등록세를 각각 70%씩 감면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최종 방안에서는 1999년 12월31일이전 등록 차량을 12일까지 보유한 차량만 대상이 된다고 최종 결정했다.
설익은 정책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난무하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최종 방안을 둘러싸고도 혼선은 여전했다.
◇ 정부 카드만 내보여..관련 부처간 엇박자 심각
지경부는 당초 자동차세 감면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업계의 적극적 구조조정과 노사선진화 노력에 대해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며 한발 물러섰다.
반면 국세와 지방세 관련 현 법령을 개정해야 하는 기획재정부는 오늘 브리핑을 갖고 "업계의 가시적인 자구노력에 따라 연말까지 추진하기로 한 세금감면 혜택이 서둘러 종결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간 완성차 업계는 회사내 혼류생산 동의안과 위기극복 특별 합의체 구성 등을 내세운 채 "할 수 있는 모든 자구노력을 다했다"고 주장해왔다.
업계의 입장을 반영해야 하는 지경부로서는 이러한 업계의 입장에 손을 들어줬지만 재정부는 노조의 임금동결, 무파업 결의 등의 강도높은 전제조건이 가시화 돼야만 세제지원을 해주겠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경부는 이달부터 시작되는 완성차업계와 금속노조의 임단협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는데다 무작정 노사의 자구노력만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서둘러 이번 방안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노사선진화라는 상대방의 카드를 받아들지 못한 채 세감면이란 정부의 카드만 남용해버린 꼴이 됐다.
재정부과 지경부는 전제조건에 대한 서로간의 입장차 만큼이나 시행시기를 놓고도 엇박자다.
지경부는 당초 시행시기를 원안대로 5월1일부터로 규정했지만 재정부는 법령개정 등을 이유로 개별소비세를 감면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이 임시국회를 통과하는 시점에 맞춰 이달 중에도 시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지경부가 업계에 휘둘려 법령개정 일정과 관계없이 방안을 마련한 것에 대해 재정부가 일부러 시행시기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여차하면 국회 통과여부에 따라 적용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경고성 시그널을 보인 것이란 분석이다.
◇ 여전히 오리무중..정책은 계속 표류 중
이번 방안에서는 논란이 돼 왔던 기존 대형차에 대한 탄력세율제와 노후차 세금감면 방안의 적용도 5~6월간 한시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대형차의 경우 이번 방안보다 기존 상한금액에 대한 규정이 없던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구매자에 유리해 신차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방안에서도 기존 개별소비세와 취등록세가 면제된 경차와 하이브리드차량에 대한 지원방안과 노후차량을 보유하지 못한 소비자에 대한 신차구매 지원방안은 빠져 이후에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신차에 대한 구매지원은 어렵지만 경차의 경우 관련 법령을 의원입법을 통해 발의해 국회에서 처리토록 할 것이라고 밝혀 이후 100만원 수준의 추가적인 지원방안도 마련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가 업계의 구조조정 활성화와 노사선진화 구축,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을 위해 준비한 이번 자동차산업활성화 방안은 합리적 결과 도출보다는 견해차이가 있는데도 이를 조정하기 전에 시급하게 방안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는 당초 장관이 직접 노사선진화의 전제조건을 강조했다.
그러나 자동차 내수시장이 세금감면 시기에 맞춰 급격히 얼어붙는 등 논란이 거듭되자 차관이 서둘러 "전제조건은 아니었다"며 진화에 나서는 등 내부적으로도 정책에 대한 사전논의가 부족했음을 드러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제 감면효과가 큰 대형차의 경우 탄력세율 적용보다 효과가 낮고, 경차에 대한 내수물량 소진에 대한 지원은 없지 않냐"며 이번 방안에 대해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속노조와의 임단협에서 노조측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노사선진화만을 강요하는 것은 사측의 일방적인 후퇴만 강요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최대 25만대의 신차를 대상으로 세제가 지원되는 이번 방안은 국가대표급 종합기계산업의 활성화와 노사 선진화라는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글렀다는 성급한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세련되지 못한 정책'은 이미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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