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출판 키워드 '감동과 분노'..온라인만 '맑음'
"온라인서점, 대여·중고도서 등 다양한 시도할 것"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전자책 사업자 국내 진출 주목"
"지역 서점 살려야"..독서 교육 '중요'
2014-12-16 12:56:24 2014-12-16 12:56:31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내년을 관통하는 출판시장 트렌드는 '감동'이 될 것입니다."(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내년 출판사는 차차 흐려져 비가 오겠고요, 오프라인 서점은 비온 뒤 흐리고, 온라인 서점은 맑겠습니다. 소비자 쪽은 구름  많겠습니다."(박익순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장), "지역서점, 동네책방 키우면 맹모삼천지교 할 것 있나요? 서점은 책과 결혼하는 곳이에요. 연애는 도서관에서도 되는데요. 서점에서는 내가 고른 게 '내꺼' 됩니다."(이동선 계룡문고 대표)
 
지난 15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개최한 '2014 출판산업 콘퍼런스'에서는 올해 범출판계를 결산하고 내년을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가 쏟아졌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이날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소개하면서 "감동의 이면에는 분노라는 게 있다"며 "이 영화의 흥행을 삼포·사포 세대인 20대가 주도한다"고 설명했다.
 
한 소장은 "요즘은 대학을 졸업하고 교문을 나서는 순간 취업이 안 된다. 이들은 에스엔에스(SNS) 등에서 감동할 준비는 물론 분노할 준비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영화는 76년째 연인 사이로 강원 횡성에 사는 89세 강계열 할머니와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이어 "이는 '님아, 그 강을…'에 감동하면서도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항에 온 나라가 뒤집어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 미국의 월가에서도 지난 2011년 대학생들이 '우리는 99%'라며 시위했고, 일본에서도 초양극화를 뜻하는 '대격차'가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박익순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장은 "올해는 세월호 사건과 연예인 사망 등 사건이 많았다. 출판은 이런 일이 많을수록 악재이지만 내년은 큰 이슈가 없다"며 "올해 어른을 위한 색칠 책 '비밀의 정원', 웹툰 기반의 '미생'이 인기를 얻은 것은 정통 출판의 위기라고 볼 수 있으나, 출판의 외연을 확장하는 계기도 된다"고 진단했다.
 
박 소장은 "영화의 경우 100만 관객, 200만 관객을 넘는 게 25% 이상이라 부러운 게 사실"이라며 "영화는 영화별 관객 수와 매출이 다음날 바로 나오는 반면, 출판은 그렇지 못하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출판 기획이나 마케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올해 출판산업의 부문별 현황을 날씨로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박 소장은 "출판사는 올해 생산 지수가 1~3분기 연속 감소해 '차차 흐려져 비', 오프라인 서점은 2분기에 최악의 상황을 맞았으나 3분기에 회복해 '비 온 후 흐림', 온라인 서점은 1~3분기에 4.5% 성장해 '맑음'"이라며 "소비자는 가구당 월평균 서적 구입비가 1분기 -5.5%, 2분기 -6.7%, 3분기 -1.7%로 하락률이 다소 둔화했으나 구름이 많다"고 말했다.
 
내년에 대해서는 "온라인·대형서점은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수익성이 좋아질 전망"이라며 "그러나 경쟁력이 취약한 소형 오프라인 서점은 제휴 카드 할인 등의 경쟁이 어려운 까닭에 미지수"라고 예측했다.
 
장은수 민음사 고문은 "지난 5년 동안 출판 산업이 상황을 주도해서 끌고 가지 못하고 있다"며 "미디어셀러가 확산된다는 것은 출판계 자체가 미디어이면서도 스스로 출판물을 유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이슈를 만들어야 다른 미디어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 도서정가제 이후 온라인 서점의 대응 전략도 주목받았다.  김병희 예스24(053280) 도서사업본부 선임팀장은 "새 도서정가제 이후 우려스러운 건 도서 분류별 가격탄력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과 분야별 편차가 크게 변화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장기화할 경우 저희 서비스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대형서점은) 가격 혜택 서비스 등이 불가능해지면서 배송이나 회원 구매 등급 등에 따라 이전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할 것"이라며 "이전보다 신간 마케팅에 더 큰 비중이 있을 것이고, 도서 외 상품이나 전자책, 회원제, 대여제, 중고 도서 등과 관련 다양한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내년은 모바일과 새로운 연령대 독자층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집중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영호 교보문고 콘텐츠사업팀 차장은 전자책 전망에 대해 "최근 2년 사이 종이책과 전자책의 동시 출간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며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내년 전자책 시장은 가격에서 콘텐츠와 서비스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며 "다만, 구글코리아가 최근 전자책 빌려보기 서비스를 오픈하는 등 내년은 아마존, 코도와 같은 외국 사업자의 국내 진출이 주목되는 시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지역·중소서점과 관련해서는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가 나서 독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저녁마다 운동장을 걷는데 서점에 걸어서 가면 어떨까. 독일은 그런 것을 적극 권장한다"며 "교육비 절감에도 독서만 한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 좋아하는 아이에게 왜 세계명작을 끝까지 권하나요? 중매쟁이가 결혼을 시킵니까? 독서 교육은 엄마나 학교가 정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고르게 해줘야 합니다. 내 마누라, 내 신랑 내가 고르는 겁니다. 그곳이 어디인가요. 서점입니다."
 
◇지난 15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개최한 '2014 출판산업 콘퍼런스'에서 토론이 열리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왼쪽부터 이구용 케이엘매니지먼트 대표, 류영호 교보문고 콘텐츠사업팀 차장,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 박익순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장, 이용준 대진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장은수 민음사 고문, 김병희 예스24 도서사업본부 선임팀장, 김류미 썸리스트 대표.(사진=김동훈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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