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에는 KB금융 측이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로 촉발된 KB사태와 관련한 인사들의 청산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금융당국의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에 대한 낙관론이 퍼져 있는 상태다.
반면, 금융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KB사태 사외이사들이 전원 사퇴의사를 밝혔지만, KB사태 재발을 막으려면 지배구조 개선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KB금융이 LIG손보 인수 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KB금융은 물론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인 LIG손보 측에서도 볼멘소리가 터져나오는 등 금융권 전반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LIG손보 인수가 지연되면서 KB금융은 지난달 28일부터 이자비용만 매일 1억1000만원 가량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자 부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금융당국이 빨리 결정을 해줘야 하는데 승인을 거부할 명분을 찾느라 미루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LIG손보 노조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인수승인이 지연되면서 직원들도 하루하루 불안한 마음인데다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해 고객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LIG손보 인수승인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LIG손보 노조는 이날 주요 일간지에 '금융당국은 KB금융지주의 LIG손보 자회사 편입을 즉각 승인하라'는 제목의 광고도 싣는 등 당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노조는 "금융위원회가 KB 전산사태와 관련해 '지배구조 개선' 등의 이유를 들어 금감원의 부문검사까지 진행했지만, 사실은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사퇴를 요구하며 승인심사를 지연하고 있다"며 금융지주사법과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독 KB지주에 대해서만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워 승인을 미루고 있다며 이는 KB금융지주 길들이기에 나선 것으로 사실상 '관치 금융'이라고 우회 비판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승인과 농협금융지주의 우리투자증권 인수승인 당시에는 이번처럼 '지배구조 개선'을 문제로 삼지도 않았던데다 '지배구조 개선'은 금융지주회사법상 편입 승인 요건이 아닌데도 금융당국이 이를 승인 거부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KB금융지주 사외이사 7명이 전원 사퇴한데 이어 국민은행 사외이사들도 모두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국민은행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사외이사들이 구성되면 임기와 상관없이 모두 사임할 예정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LIG손보 인수의 전제조건으로 사외이사 퇴진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오는 24일 금융위원회의 정례회의 전에 KB금융의 KB사태와 관련된 집행임원들에 대한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LIG손보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17일 KB금융지주가 내년 1월까지 내부통제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확정해 추진하기로 발표하는 등 LIG 인수 승인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K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방안에는 그동안 사외이사 중심으로 진행된 최고경영자(CEO) 승계프로그램을 현직 CEO와 지배구조위원회가 주도해 후계자를 양성하도록 전면 개편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사외이사로만 구성돼 있는 회장후보추천위원 구성에 주주대표 등을 포함해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안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KB금융의 이 같은 노력에도 금융당국이 쉽사리 승인을 해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B지주가 윤 회장 취임과 관련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제대로 미운털이 박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KB지주 회장 취임과 관련해 금융위가 밀던 인사를 제쳐놓고 윤 회장을 새로운 회장으로 앉히면서 단단히 찍혔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배구조 개선 문제와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능력 평가보다는 금융당국 의중에 신경을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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