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서울시, '혈세투입' 고척돔 개장 준비 잘 해야 한다
2014-12-21 13:49:27 2014-12-21 13:49:27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고척돔'으로 불리우는 서울시 서남권 야구장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프로야구의 올해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고, 고척돔이 내년 하반기에 완공되기 때문이다. 본보의 지난 19일자 보도 <서울시 "2016년부터 목동구장은 '무조건' 아마추어 전용">도 이같은 이슈화에 작용을 했다. 
 
현재 고척돔은 2600억원 가량의 막대한 비용이 투자됐다. 공사비 2367억원(10월 서울시 국감 당시 강석호 의원 발표)과 고척돔이 건설됨으로 인해 부수적으로 진행되는 교통대책의 일환인 고척교 확장공사비 212억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경기장의 경우 공사비가 국내 다른 구장에 비해 과다한 것은 물론 착공당시 예상 공사금액 408억원에 비해 훨씬 늘어났다. 앞으로의 활용에 대해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서울시는 고척돔을 프로·아마 야구경기 외에도 콘서트를 비롯한 여러가지 공연과 각종 행사에 적극 활용하려 꾀한다. 돔구장 특성상 미국·일본 등의 선진국에선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된다는 점이 고려됐다. 아마야구용 개방형 구장을 돔구장으로 전환하며 늘어난 투자비 회수 목적도 있다.
 
현재 서울의 주요 대중 공연은 동남쪽에 위치한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 등에서 이뤄진다. 고척돔에서 대중 공연이 만약 가능해지면 이같은 각종 공연의 분산 효과가 기대된다. 상대적으로 서민들이 많이 사는 서남권에 문화생활의 기회가 느는 것이다. 
 
시는 이에 대한 사전대비를 철저히 해야할 것이다. 이 곳은 정해진 일정에 맞춰 경기를 하게 될 야구 경기장이다. 완공 후 큰 규모 공사를 하기는 매우 어렵다. 
 
야구장 본연의 목적으로 고척돔을 사용할 주요 주체는 아마추어 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협회(KBA)와 지난 2012년부터 '넥센히어로즈' 대외명칭을 쓰는 히어로즈 프로야구단㈜이 거론된다.
 
KBA는 지금은 동대문디지털프라자(DDP)로 부지가 탈바꿈한 동대문운동장을 대체하기 위해 고척동에 야구장을 짓기 시작했단 점이 고척돔의 사용권 주장 근거다. 이미 KBA와 시는 연 30일 이상의 아마추어 대회를 고척돔서 하기로 협의를 마무리한 상태다. 이병석 KBA 대표가 직접 언급했던 바다.
 
문제는 히어로즈 프로야구단㈜과의 협상이다. 히어로즈는 2008년초 기업 설립 이후 사용해온 목동구장을 추가로 연장해서 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단 점에서 대상으로 꼽힌다. LG나 두산이 잠실을 떠나 고척돔에 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목동구장은 신생기업인 히어로즈가 서울연고로 창단됐지만 잠실구장을 쓰기 어려워지자 시가 일일대관 형태로 임차해줘 써오던 구장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광공해와 소음공해로 주변 주민들의 고통이 극심했고, 이에 서울시가 임대 중단을 선언하며 연장은 불가능해졌다.
 
이에 히어로즈는 고척돔을 사용하긴 하되 사용료를 싸게 책정하고 운영권과 광고권까지 넘겨달라는 입장이다. 잠실을 쓰는 두산베어스·LG트윈스를 넘는 혜택을 계속 희망하고 있다.
 
서울시가 히어로즈의 요구대로 온갖 혜택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할 경우엔 많은 문제를 접하게 된다.
 
우선 광고권이 없고 사용료도 내는 두산·LG와 비교될 형평성 문제다. 두산과 LG는 현재 사용료 '25억5000만원'을 매년 내는 중이며 그것도 3년의 위수탁 계약에 따라 계속 오른다.
 
만약 고척돔 사용료가 이보다 저렴하면 두산과 LG가 가만히 있을까. 그리고 시민들은 이를 방관하고 있을까. 두산과 LG의 사용료 인하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은 명약관화하며 시민단체에선 배임 혐의로 담당 공무원과 시의 책임자인 박원순 시장을 고발할 여지도 충분하다.
  
광고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잠실의 경우엔 매년 103억원씩 시의 재정을 채운다. 고척돔에서는 그보다는 금액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가 이를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쉽게 포기하면 이는 역시 배임에 해당한다. 논란이 커질 것이다.
 
더욱 현실적으로 보자. 박 시장은 유력 차기 대선 주자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서 지난 8~12일 성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간 전화여론조사에서도 15.5%로 선두다. 고척돔 계약을 허투루 맺으면 오점이 된다. 작은 계약도 제대로 맺지 못하는데 국민들이 나라 살림을 꾸리는 중요 자리를 맡길까.
 
고척돔은 여러모로 중요하다. 이미 상당히 많은 예산이 투입된 것도 있지만 국내 야구계·공연계 주요 시설로 자리를 잡을 곳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시민들의 피부에 직접 바로 와닿는 시설이다.
 
시는 고척돔이 시의 '일개 공설운동장의 하나'란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원인을 떠나 혈세가 과다 투입된 곳이다. 시민들에게 고척돔이 어떤 의미가 될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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