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2014년은 국내 조선업에 있어 가장 힘들었던 한 해로 기록될 것이 확실시된다.
대규모 해양 프로젝트 손실과 신규 수주 부진에 허덕이는 사이 중국은 자국 물량을 바탕으로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여기에다 일본이 엔저를 등에 업고 과거 세계 조선 1위의 명성을 되찾으면서 한국 조선업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 특히 세계 조선업 1위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적자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슈가 됐다.
현대중공업(009540)은 올해 3분기까지 총 3조2272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871억원의 손실을 낸 이후 4개 분기 연속 적자행진이다. 적자 규모는 갈수록 급증해 지난 2분기 1조1037억원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이후 3분기에는 1조9346억원으로 2분기 기록을 갈아치웠다.
조선 분야와 플랜트 분야의 공사손실충당금과 공정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플랜트, 해양설비 등 대규모 프로젝트의 납기가 지연되면서 공기를 단축시키기 위해 투입 인력이 늘었고, 잦은 설계 변경으로 비용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낸 3분기의 경우 조선부문에서 반잠수식시추선과 5만톤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 등 건조 경험이 부족한 특수선박, 어려운 사양의 선박에 대한 작업일수 증가로 공사손실충당금 1조1459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플랜트부문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사우스’와 ‘슈퀘이크’ 등 대형 화력발전소 공사에서 공사손실충당금 7791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주요 사업부문 별로 보면 3분기 누적 기준 총 7개 사업부 중 전기전자, 그린에너지를 제외한 조선, 해양, 플랜트, 엔진기계, 건설장비 등 전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수주가 감소했다. 플랜트가 전년 동기 대비 66.1%로 수주 실적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으며, 이어 조선(27.8%), 해양(19.9%), 건설장비(19.7%), 엔진기계(8.0%)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현대중공업 노조가 18년 만에 파업에 나서면서 4분기 적자 탈출 가능성마저 낮아졌다. 노사 양측은 지금까지 약 7개월간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쟁점인 임금인상 부분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파업 중에도 양측의 교섭이 계속되고 있고, 지난 18일 권오갑 사장과 정병모 노조위원장이 만나 ‘연내에 협상을 마무리하자’는 데에 뜻을 같이 하면서 극적 타결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가 2분기 연속 이어지면서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올 1월 25만원 수준이던 현대중공업 주가는 내리 하향세를 기록하며 3분기 실적이 발표됐을 당시에는 10만원 선이 무너졌다. 3년 전인 2011년 4월만 해도 현대중공업 주식은 주당 55만원선에 거래됐다.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면서 현대중공업의 고강도 개혁 작업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8월 최길선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총괄회장 선임을 시작으로 9월에는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선임하는 등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사장단 물갈이가 완료된 이후 10월에는 전체 임원 중 31%를 감축하는 고강도 임원 인사가 이어졌다. 그룹 계열의 조선 3사 영업조직을 통합해 ‘선박영업본부’를 출범시키고 인원 축소 및 기능 통합을 통해 ‘기획실’도 재정비했다.
이와 함께 한계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해외지사 및 법인들도 수익에 초점을 맞춰 조정했으며, 사장 직속으로 제도개선 전담팀을 설치하는 등 내부 혁신도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과 함께 조선 빅3로 꼽히는
삼성중공업(010140)도 지난 1분기 362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호주 익시스 프로젝트, 나이지리아 에지나 프로젝트 등 대규모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손실이 주원인이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042660)은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 등 LNG선 수주를 바탕으로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한국 조선업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편 한국 조선업은 올 1월부터 11월까지 총 1020만CGT(280척)를 수주했으며,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28.4%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주량은 35.6%, 시장점유율은 2.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수주물량 기준 세계시장 1위는 중국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간산업인 조선업의 최대 위기다.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모습(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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