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장남 구하기' 총력전
2015-01-07 18:57:37 2015-01-07 18:57:37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조석래 회장과 효성이 조현준 사장(사진) 총력 지원에 나섰다. 조 사장이 의욕적으로 키워왔던 IT 계열사 '갤럭시아그룹'이 경영난에 빠지자 지원군을 자처하고 나선 것.
 
갤럭시아컴즈는 지난달 31일 자회사 갤럭시아디바이스의 주식 100%를 조석래 효성 회장에게 매각했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갤럭시아컴즈는 35.02%의 지분을 보유한 조 사장이 최대주주이며, 자회사로 갤럭시아디바이스를 두고 있다.
 
갤럭시아컴즈는 효성의 계열사 가운데 갤럭시아 소그룹으로 분류되는 회사다. 조 사장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여간 인수한 IT업체들로 구성됐으며, 효성ITX가 지주사 역할을 한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사업을 하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와 소프트웨어 업체 갤럭시아컴즈, 휴대폰 키패드를 담당하는 갤럭시아디바이스, 휴대폰 터치스크린패널 제조사인 갤럭시아디스플레이 등을 지배하는 구조다.
 
지난해 말 기준 효성그룹 가운데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계열사는 효성ITX, 갤럭시아디바이스, 갤럭시아디스플레이, 인포허브,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갤럭시아디스플레이와 갤럭시아디바이스는 자본잠식 상태로, 사실상 재기 불능으로 평가됐다.
 
갤럭시아컴즈가 부실 자회사의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당연한 수순. 갤럭시아디바이스는 지난 2013년 기준 매출액 224억3600만원, 영업손실 49억3400만원, 당기순손실 106억9800만원을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특히 부채총계는 472억1500만원으로, 자본금 22억3600만원을 넘어서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자회사의 부실은 고스란히 갤럭시아컴즈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갤럭시아컴즈는 지난 2010년 이후 매년 순손실을 내며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연결기준 163억원의 순손실을 낸 것을 비롯해 2011년 -345억원, 2012년 -94억원, 2013년 -13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3분기에 반짝 흑자를 달성했지만, 연간 누적 기준 순손실 규모는 15억원이다.
 
효성 관계자는 지분 매각과 관련해 "갤럭시아디바이스의 재무 상태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갤럭시아컴주의 전자결제 등 주력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조 사장의 경영 부실을 아버지인 조 회장이 떠안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인수 메리트가 없는 부실 덩어리를 상식적으로 인수할 기업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효성도 가만 있지 않았다. 자회사를 통해 조 사장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주)효성의 자회사인 ㈜효성투자개발은 지난달 30일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발행하는 전환사채(CB)에 300억원 규모의 담보를 제공했다고 공시했다.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조 사장과 그의 개인회사인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가 각각 62.78%, 18.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LED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역시 LED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지만, 전략 부재로 녹록지 않은 상황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기업들이 이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것은 물론 품질 경쟁력까지 갖춰 시장 진입이 여의치 않음에도 현지 LED 광원 시장 공략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서울반도체 등 국내 전문 LED 기업들이 낮은 기술진입 장벽에 어려움에 처한 것도 중국 업체들의 영향이 컸다.
  
조 회장과 효성이 합세해 조 사장 구하기에 전 방위적으로 나선 것은 장남의 경영권 승계 연착륙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조현준 사장은 지난해 7월 아버지인 조 회장을 제치고 효성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며 경영권 승계를 굳히는 분위기다. 지난 6일 기준 조사장의 지분율은 10.83%로,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10.47%)과 조 회장(10.15%)의 지분율을 앞서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지원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할 뿐더러 그룹 전체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갤럭시아컴즈 자체사업 역시 수익성이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갤럭시아컴즈의 3분기 별도기준 매출액은 8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58% 감소했다. 영업순손실 또한 1억82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으며, 당기순손실도 1억5445만원을 기록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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