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3사, 올해 화두는 '생존과 경쟁력 강화'
2015-01-08 15:16:35 2015-01-08 15:16:35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조선 3사가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올해 목표로 설정했다. 중국의 거센 추격과 일본의 재기에 조선강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지는 등 위기감이 크게 높아진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는 자국 물량을 발판으로 몸집을 불린 중국과 엔저 효과에 힘입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일본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유가하락이 이어지면서 고가의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감하는 등 전체 신규 수주가 극도로 부진했다. 여기에 대규모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비싼 수업료를 치르면서 조선 3사 중 두 곳이 적자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3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009540)은 올해 수주목표를 229억5000만달러(약 25조4650억원), 예상매출액은 24조3259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목표치인 매출 26조5700억원, 수주액 296억달러에 비해 각각 8.4%, 22.5% 가량 줄어든 보수적 수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가하락 및 세계경제 부진 등으로 조선업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시장 전망치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주 목표에 비해 매출 목표 감소폭은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이는 현재 수준의 수주잔고를 유지하는 한편 저가수주 등 공격적인 수주는 지양하고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권오갑 사장은 앞선 신년사를 통해 올해 수주 및 매출 목표가 쉽지 않은 목표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올해를 ‘경쟁력 회복을 위한 재도약 원년’이라고 언급해 턴어라운드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권 사장은 특히 “경쟁사보다 인건비를 포함한 제조원가가 높아 경쟁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원가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역설하고 “불필요한 낭비 요소를 없애고, 체계적으로 현장을 운영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강도 높은 내부 혁신을 예고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010140)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생존'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악화된 경영상황을 표현했다. 박 사장은 “생존을 위한 질적 경쟁력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모든 공정에서 리드타임 단축, 생산성 향상, 비효율 제거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초심해 및 고압용 시추설비 개발, 해양기자재 내재화 등을 통해 오일메이저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설비를 턴키로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세계 일류 EPCI 회사로의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셰일가스 생산량 증가에 따른 해양시장의 일시적인 축소에도 해양위주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꾸준히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난해 한 차례 실패한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재추진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지난해의 경우 양사의 연이은 주가하락으로 인해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예정된 한도를 넘어서면서 합병계약이 해제된 아픔을 겪었다. 그룹 차원에서 진행된 사업구조 재편인 만큼 미완의 숙제는 그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삼성중공업은 아직 수주 및 매출 목표를 확정짓지 않았지만 지난해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분기 해양플랜트 손실 등으로 3625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수주도 목표치(150억달러)의 절반(73억달러)에 그치면서, 올해는 질적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그동안 강점을 보였던 드릴십 시장이 유가하락으로 인해 축소되면서 수주목표도 덩달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의 경우 삼성중공업은 해양 분야에서 드릴십 2기, FLNG 1기 등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3사 중 유일하게 연간 수주목표를 달성한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올해 기술개발을 통한 위기극복을 다짐했다. 지난해 전 세계 LNG선 수주를 싹쓸이하다시피 한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원동력으로 자체 개발한 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와 천연가스 재액화 장치를 꼽고 있다. 이를 통해 수주량 증가는 물론 마진율도 높일 수 있어 1석2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신년사에서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가스선과 에코십에서 쌓은 명성과 경쟁 우위를 지속적으로 지켜나가야 한다”며 “이제 상선에서는 R&D를 통한 가치 창조, 그리고 해양에서는 고도의 엔지니어링 역량에 기초한 프로젝트 장악력에 의해 회사의 명운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는 상선시장의 절대강자, 해양시장의 선두리더, 그리고 방산시장에서의 신흥강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가하락, 업황 둔화,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예상되는 만큼 다변화된 분야에서의 수주 경쟁력 강화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근거로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수주목표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수준으로 결정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도 LNG선 등 가스선 발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수주가 확실시되는 프로젝트들이 다수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4척의 LNG선 계약과 초계함 6척을 건조하는 말레이시아 '해군 현대화 사업' 등 방산 프로젝트 등이 예정돼 있다.
 
(사진=뉴스토마토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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