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가 첫 단추를 꿰는데 성공했다. 연금개혁의 당사자인 공무원들이 '사회적합의체'를 요구한지 73일만에 공무원노조와 학계, 정부, 국회의원 등이 모여 구성된 것이다.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국민대타협기구는 8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첫 회의를 갖고 위원장 선출의 건과 3개의 소분과위원회 구성, 다음 회의일정 등에 대해 약 1시간 30분동안 논의했다.
국민대타협기구의 공동위원장은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여야 간사를 맡고 있는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이 각각 맡기로 했다. 조 의원은 현재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으며, 강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공적연금제도개혁TF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날 대타협기구의 첫 회의가 열릴 수 있었던 것은 공무원노조가 3시간여에 걸친 난상토론 끝에 결국 참여 결정을 내렸기에 가능했다.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투쟁본부(공투본)'는 각 공무원단체를 대표하는 노조들과 이날 오전부터 회의를 거친 끝에 ▲김성광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공동집행위원장 ▲류영록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김명환 한국노총 공대위원장을 국민대타협기구 공무원노조 몫 4명으로 선출했다.
◇국민대타협기구 소속 위원들이 8일 국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고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공동위원장인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오른쪽에서 일곱번째)과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오른쪽에서 여섯번째)을 비롯해 국회의원 김성주(새정치), 김현숙(새누리) 의원이 참석했다. 또 공무원노조를 대표자와 학계 전문가, 정부측 인사 등이 모두 자리했다.(사진=곽보연기자)
◇여·야의 '3대과제'..노조가 내건 '4대조건'
공동위원장으로서 마이크를 잡은 조 의원은 "공무원연금은 누적적자로 인해 재정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고, 이에 대한 국민적·사회적 합의 도출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대타협기구의 출범 의의를 설명했다.
조 공동위원장은 "그동안 따듯한 개혁을 주장해왔고 '따듯함'에 방점을 찍어왔다"며 "당리당략을 떠나 다음세대에 어떤 국가적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따듯한 개혁을 위한 3대과제로 ▲공무원 명예를 지키는 개혁 ▲국민요구와 공무원요구를 동시에 충족하는 개혁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공무원연금을 꼽았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강 공동위원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은 정부가 책임있는 사회적대타협을 통해 안을 만들고 국회가 입법절차를 밟아 처리하면 됐을 문제"라며 "하지만 정부가 그 과정을 생략하면서 국회가 그 일을 대신하는 비효율과 갈등이 발생했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새정치연합 공적연금제도개혁TF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주 의원은 "국회의장 위촉 형식으로 국민대타협기구가 구성된 것은 국회가 공무원연금개혁의 논란과 갈등을 피하거나 증폭시키지 말고, 모든 의견을 수렴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라는 뜻"이라며 ▲적정한 노후보장이 가능하고 ▲제도로서의 지속가능성이 있으면 ▲사회적 연대 원칙을 지키는 '3대과제'를 강조했다.
그간의 걱정과 고민을 털어냈다는 듯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여야 의원들이 각각 3대과제를 제시했지만 공무원 노조 대표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공투본 내부에서 국민대타협기구 참여를 놓고 반발이 심했던 만큼 우려도 깊었다.
김성광 전공노 공동집행위원장은 "공무원노조가 당초에 요구했던 사회적협의체에 비해 매우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조건부 참여'를 결정했다"면서 4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우선 대타협기구는 국민연금 등을 포함한 공적연금 전반에 대해 논의해야 하고,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위는 대타협기구의 합의 결과를 입법하는 역할로 한정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또 대타협기구라는 명칭과 참여취지에 맞게 합의제로 운영할 것과 공무원연금법과 국민 노후소득보장 관련법을 동시처리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우리나라 3700여곳 우체국에 종사하는 집배원 등 하위공무원들을 대변하는 우정사업본부 소속 김명환 한국노총 공대위원장은 "대타협기구에 들어올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난상토론이 있었다. 국민이 보는 시각과 공무원 전체가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조건부로 기구에 참여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공대위원장은 "대타협기구에서 이뤄지는 논의들은 형식적 들러리가 돼선 안되며 그렇게 된다면 공무원노조는 언제든 이곳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자존심을 지켜가면서 노후만큼은 편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30, 40년간 일해온 공무원들의 희망을 꺾어내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조원진 "연금개혁, 올 상반기 내 가능할 것"
앞으로 90일동안 진행되는 국민대타협기구는 ▲공무원연금개혁소위 ▲노후소득보장제도개선소위 ▲재정추계검증소위 등 3개의 소분과위원회로 나뉘어 각각의 주제를 논의하게 된다.
공무원연금소위는 제1위원장에 조원진 공동위원장을, 제2위원장으로 강기정 공동위원장을 임명했다. 노후소득보장소위원장으로는 새정치연합 김성주 의원과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이 각각 제1위원장, 제2위원장을 맡았다.
재정추계검증소위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2명의 제1·제2 위원장을 선정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각 소분과위별 참석자 명단이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공무원연금소위와 노후소득보장분소위는 각각 10명씩의 위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그리고 재정추계분과위에는 6명의 위원이 중복으로 참여하게 된다.
조 공동위원장은 "내용이 방대하다보니 한 위원이 중복해서 공무원연금과 노후소득보장 소위에 중복 참여하는 것은 너무 힘들 것 같다"면서 "각각 10명씩으로 위원을 나누고, 재정추계검증은 스무명 중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6명을 선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회의는 소분과위별로 진행되며 제1위원장과 제2위원장이 한번씩 교대로 주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같은 운영 방침에 대해 김성광 전공노 집행위원장은 "2개 소위 위원장을 모두 여야 의원들이 맡게 되면 당사자인 공무원들의 목소리가 묻힐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김성주 의원은 "이번 공무원연금개혁에는 고용주로서의 정부와 피고용자로서의 공무원노조가 있다. 소위 회의와 전체회의에서는 기본적으로 당사자들이 우선적으로 안건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노조 양자간의 대화에서 합의를 이끌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공동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회의를 통해 봤겠지만 모든 위원들이 공무원연금을 꿰뚫고 있는 분들이다. 이분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접점이 나올 것이고 그 내용들을 정리해주는 식으로 하면 합의안 도출이 빠를 것"이라며 "국민대타협기구 활동기간이 종료 되기 전까지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대타협기구의 활동기간은 오는 5월3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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