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도시형 생활주택'이 호텔로 둔갑해 불법 영업을 하고 있어 관할 구청이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강남 역삼동에 있는 A레지던스 호텔은 지난 2012년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허가를 받고 지난해 6월 완공됐다.
건물주는 건물이 완공된 뒤 구청에 숙박업 신청을 한 뒤 허가가 나지 않았는데도 레지던스 호텔을 운영했다.
또 지난해 11월 구청 건축 심의에서 "숙박 영업을 하기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영업을 계속 하고 있다.
이곳은 불법적으로 '방 쪼개기'를 한 의혹도 있다. 준공시 구청에 '도시형 생활주택' 신청은 98세대로 했지만 현재 운영 중인 객실은 105개다.
◇서울 역삼역 근처 A레지던스 호텔,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신고하고 레지던스 호텔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강남구청 심의에서 '숙박 영업에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영업을 하게 된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호텔측에 문의했지만 호텔측 관계자들은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 관계자는 14일 "도시형 생활주택이 숙박영업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레지던스 호텔 영업을 하고, 심의 탈락 이후에도 영업을 계속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곧 이 호텔을 상대로 조사하는 한편, 구내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방 숫자가 틀릴 경우 일부 시설을 방으로 변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이명박 정부 당시 주택을 싸게 공급한다는 명목으로 건축 규제를 완화해준 공동주택이다. 규제가 약해지자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도시형 생활주택들이 전국에 많이 지어졌다. 불법으로 방을 늘리고 용도를 변경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의정부 도시형 생활주택 화재가 대량의 인명피해를 내면서 도시형 생활주택의 위험성이 크게 부각됐다. 이번 사고로 128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약 90억원으로 추산되는 재산피해를 입었다.
특히 건물들 간격이 좁고 소방차들이 들어오기 어려운 위치에 건물이 세워져 큰 문제로 지적됐다. 사고 건물들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오피스텔들을 주거지로 불법 개조하기까지 했다.
현재 도시형 생활주택은 서울시에 10만 세대, 전국적으로 35만 세대 이상 건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이 화재, 사고에 취약해 지자체들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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