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현대자동차가 통상임금 부담을 덜면서 후속작업으로 임금체계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은 통상임금 1심 선고공판에서 원고 23명 중 2명에 대해서만 일부 승소 판결했다. 사실상
현대차(005380)의 승소였다.
노조 측에서 통상임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가능성이 있지만, 지난해 노사가 임금협상 과정에서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설치하고 올해 3월31일까지 통상임금과 임금체계 개편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합의한 터라 일정 진행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항소 여부와 관계 없이 두 달 뒤 진행될 임금체계 협상에서 현대차가 좀 더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됐다는 게 노사의 공통된 평가다. 현대차는 법원 선고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연공서열식(호봉제) 임금체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선진임금체계 수립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주도권을 쥐었다.
연공서열식 임금제는 임금이 매년 자동으로 상승하는 고비용 시스템이다. 성과와 관계 없이 일하는 기간이 늘수록 연봉도 높아진다. 내년부터 정년 60세가 법제화될 예정인 가운데 회사로서는 고령화에 다른 고임금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 현대차 내에서 연공서열제로 임금을 책정하는 곳은 국내 뿐이다. 해외법인의 경우 현지 임금체계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는 해외법인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현행 임금체계를 성과 위주로 바꾸는 것을 노조에 제의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측에서 강구하고 있는 임금체계 개편의 핵심은 일하는 시간을 줄여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과거 오랜시간 일하면서 특근(잔업)을 해야만 올라가는 임금체계에서 탈피하면 일과 가정의 양립도 자연스레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경제인총연합회가 지난해 2월 제시한 '경영계 임금조정 권고'와도 맥을 같이 한다. 경총은 임금체계를 연공중심에서 직무·성과중심으로 개편하되, 전환이 여의치 않을 경우 우선적으로 호봉승급제부터 폐지해 나가도록 제안하고 있다.
현대차는 근로자의 연공서열식 임금 체계에서 탈피해 생산성과 숙련도 등을 반영한 성과급 위주의 임금을 구상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개선위원회는 지난 6~14일 독일과 프랑스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을 찾았다. 노사간 원활한 협의를 위해 꾸려진 개선위원회는 현대차 대표이사와 지부장 등을 포함해 노사측 29명, 외부자문위원 4명 등 총 33명으로 구성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 유명 업체들은 어떤 임금체계를 체택했으며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현지 임금 담당자로부터 임금체계의 장단점을 노사가 같이 들었다"며 "또 현지 임금 전문 교수를 초빙해 어떤 임금체계가 경쟁력이 있는지 등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독일·프랑스의 임금체계는 기본금과 성과급으로 이뤄져 있다. 근속연수가 아닌 업무 성과와 생산성 등에 기반해 임금 수준이 정해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성과급제가 좋다고 해서 그대로 들여오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일단 장단점을 분석한 후 회사(실정)에 맞는 것을 노사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오래 전부터 문제로 지목된 복잡한 수당 체계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이번 협상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수당이 지나치게 많은 탓에 임금구조가 기형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현재 영업·정비 등 각 직군별로 수당 항목이 다른 데다 1인당 받는 수당내역도 다양하다. 수당이 많은 탓에 수당이 기본급에 육박하는 경우도 많다. 가령 1년간 받는 임금이 100만원이라고 하면 ▲기본급 30만~40만원 ▲수당 30만~40만원 ▲성과급 20만~40만원으로 기본급과 수당의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기본급을 올리는 대신 수당을 간소화하는 방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같은 방안들은 노조로서 받아들이기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노사가 임금체계에 대해 연구 중에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논의 중이므로 현재로서 말할 수 있는 건 없다" 고 말했다.
◇현대차 사옥(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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