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기아차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300만대를 생산·판매했다. K시리즈·스포티지R 등 주요 차종의 판매 호조와 브랜드 이미지 상승 덕이다.
국내외 공장 모두 선전했다. 국내공장 출고판매는 전년 대비 6.8% 증가한 170만6002대, 해외공장 판매는 8.6% 증가한 133만5046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판매가 늘고 판매 단가도 상승했지만 기아차는 '어닝쇼크' 수준의 참담한 실적을 발표했다.
◇기아차 2014년 연간 실적(자료=기아차)
기아차(000270)는 2014년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1.1% 감소한 47조97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수익을 올리기 위해 얼마만큼의 비용이 드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매출원가율은 전년 대비 1.4%포인트 증가한 80.2%를 기록했다. 그 결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19.0% 급감한 2조5725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도 2008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기아차 영업이익률은 2008년 1.9%를 기록한 이후 2009년 6.2%, 2010년 7.2%, 2011년 8.2%까지 해마다 큰 폭으로 높아졌다. 그러다 2012년 7.5%로 하향 반전하더니 다음해부터 6.7%, 5.5%로 하향세를 면치 못했다.
문제는 환율이다. 원화절상으로 인한 매출액 감소와 함께 특히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의 영향을 받았다. 기아차 매출 구조상 해외생산보다는 국내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탓에 장사를 잘 해놓고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기아차 판매 비중을 보면 ▲국내공장 생산 후 해외판매 41% ▲해외공장 생산 후 해외판매 44% ▲국내공장 판매 후 국내 판매 15%다.
해외공장 생산 후 현지판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당초 환헷지를 목적으로 운용된다. 따라서 이번에 '어닝쇼크'에 영향을 끼친 것은 국내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해외에 판매한 부분에서 이뤄졌다.
한천수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손익 악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러시아 루블화 환율의 급락과 미국시장에서의 인센티브 증가"라고 진단했다.
◇현대·기아차 사옥(사진=현대·기아차)
유로화 대비 루블화 가치가 지난해 4분기에만 35% 급락하면서 수익에 직격탄이 됐다. 미국의 경우 쏘렌토 등 주력 차종이 노후화한 데다, 엔저를 앞세운 일본 업체들의 판촉 공세에 대비해 인센티브를 늘리면서 손실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기아차가 올해 글로벌 시장 성장률 3.9%를 하회하는 다소 보수적인 판매목표를 제시한 이유다. 몸집 키우기에 연연하기보다 질적 성장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대비 3.6% 성장한 315만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다. 한 부사장은 "고수익 주력 차종인 K5·스포티지 등의 론칭과 제품 믹스 개선,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를 통한 브랜드 가치 제고 등을 통해 질적 성장을 꾀하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수익성 악화의 원흉이 된 러시아에서의 영업활동을 줄이기로 했다. 러시아 현지에서 판매되는 차량 가격을 인상하고, 국내와 슬로바키아 공장 생산물량을 일시적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환율 영향을 덜 받는 러시아 현지 차종 '리오' 판매에 집중하되,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러시아 수출 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제값 받기를 통해서 내실 경영을 강화하고 시장 환경 변화에 철저히 대비해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등 판매 역량 강화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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