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애경기자] 신약의 건강보험 급여 여부를 심사하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급평위)에 대한 화이자 로비 의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존 체제를 운영하는 것은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27일 업계 등에 따르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이하 가입자포럼)은 급평위 운영현황 자료공개를 심평원에 요청한 놓은 상태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 국장은 "급평위 운영과 관련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외국에서는 약제 급여를 심사하는 위원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가입자포럼은 지난 12월 화이자가 폐암치료제 잴코리의 급평위 상정을 앞두고 급평위 위원에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심평원은 자체 조사를 통해 급평위 위원명단이 2013년말 이미 한 언론을 통해 유출됐고, 화이자가 무작위로 위원에게 접촉했으며, 해당 의원들도 면담을 거절했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잴코리는 지난 1월16일 환급형 위험분담계약제를 통해 급여 관문을 통과했다. 환급형 위험분담계약제는 급여를 인정해주는 대신, 일정 비율의 비용을 제약사가 건강보험공단에 환급해주는 제도다.
문제는 로비의혹을 받았음에도 급평위 운영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급평위는 2013년 7월부터 의사 등 전문가단체와 건강보험가입자단체, 소비자단체의 추천을 받은 52명의 위원들을 인력풀로 구성, 운영된다. 회의 2주일 전에 20명 내외의 참석위원이 선정되며, 참석위원 명단은 비공개로 유지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약사의 사전 로비를 막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도입된 급평위 인력풀제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남 국장은 "이번 사건은 급평위가 느슨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급평위 인력풀제는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는데, 52명의 위원 중 절반 가까운 인원인 20명 정도가 회의에 참석한다는 것은 공정성 측면에서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한 인력풀제 도입 전부터 우려됐던 급평위 운영의 연속성과 일관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급평위는 회의 성격상 같은 사안이 연이어 안건으로 상정되면 결론이 도출될 때까지 같은 의원이 끝까지 참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력풀제는 약제를 심사하는 흐름이 끊어지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남 국장은 "급평위 운영현황을 파악한 후 문제점이 발견되면 감사원 감사청구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현행 급평위 인력풀제의 운영방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심평원 관계자는 "급평위 위원명단이 공개된 만큼 개선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명단이나 회의내용을 유출한 위원에 대해 처벌을 하는 등의 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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