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실태 보고서)③현황 파악도 못하고 대책도 없고
2015-02-06 10:00:30 2015-02-06 10:06:19
ⓒNews1
 
[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전자담배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불법판매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정부는 전문매장 규모나 생산 및 판매 현황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불법 액상판매 현황은 더 오리무중이다.
 
현황파악이 되지 않고 있으니 관련 규정이 제대로 갖춰져 있을 리 없다. 전자담배와 관련한 소비자의 혼란과 피해도 여전하지만 이와 관련 법령 및 규정은 미비한 상황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전자담배 시장에 맞춰 정확한 실태파악과 그에 따른 관리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전자담배 시장 규모도 파악 못해
 
전자담배의 제조와 유통, 판매와 관련한 종합 관리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금연 정책 등을 전담하는 보건복지부는 현재 전자담배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전자담배 대리점 증가 추이가 어떤지 등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자담배 신규등록 추이는 알 수 없다. 애초에 담배판매권을 지정할 때 전자담배나 일반담배로 구분하지 않고 등록한다"며 "지자체에서 그걸 관리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담배사업법상 담배소매인 지정을 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지정과정에서 궐련담배와 전자담배를 따로 구분해서 집계를 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청 관계자는 "담배소매인지정 신청 양식에조차 담배인지 전자담배인지 따로 표기하는 곳이 없고, 구분해서 집계하라는 지침도 없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전자담배 판매점 등록이 늘어나면서 두 분류로 나눠 집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자담배 규정도 모호..관리감독 부실로 이어져
 
전자담배 시장의 규모가 파악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관리감독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관련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담배사업법상 모든 궐련담배가 담배로 규정되는 것과 달리 전자담배는 상황에 따라 그 판단결과가 달라진다. 니코틴 액상을 사용하면 담배, 니코틴이 없는 액상을 사용하면 담배가 아니다.
 
또 니코틴 액상을 사용하는 전자담배는 담배로 규정되어 '담배사업법'의 규제를 받지만,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는 그냥 단순한 기기인  담배대용품이 돼 '약사법' 적용대상이 된다.
 
소비자가 액상을 직접 넣을 수도 있고 넣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전자담배이기 때문에 두개의 법률 사이에서 갈아타기가 얼마든지 가능한 셈이다.
 
금연구역에서 필 수 있느냐 없느냐도 논란거리다. 니코틴을 흡입하는 전자담배는 일반 단배와 같이 금연구역에서 이용할 수 없고, 적발 시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상당 수 소비자들이 아직도 정확한 규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대리점의 점주는 "고객들이 가장 자주 묻는 질문이 '금연구역에서 전자담배를 피워도 되느냐'다"며 "니코틴이 포함되지 않으면 상관없다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지부에 따르면 금연구역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다 단속되면 그 자리에서 단속원에게 니코틴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무니코틴 입증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전자담배의 생산관련 규제도 모호하다. 올해부터는 니코틴이 포함된 액상을 제조할 경우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 환경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생산자 외에 대리점 차원에서도 규제를 해야 할지가 명확하지 않다. 
 
현재 전자담배 대리점들은 제품 판매 당시에 니코틴 용액과 무니코틴 용액을 섞어서 판매하고 있다. 이 섞는 과정 역시 규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 계도기간으로 보고 있다"며 "시장 현황 파악과 이를 토대로 체계적인 단속규정을 마련해서 내년부터 실제 집행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올해는 생산관련 규정 자체가 무의미한 셈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6일 전자담배에서 일반담배와 동일한 발암성분이 들어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News1
 
◇ 2009년부터 경고했는데.."제도개선 시급"
 
현재 규정과 현황대로라면 전자담배는 생산자와 판매자, 소비자, 감독당국 모두가 혼란스러운 '애물단지'다.
 
한국소비자원이 이미 6년 전인 2009년에 정부에 전자담배 관련 관리체계 정비를 요구했다는 점은 정부가 그동안 얼마나 커다란 실기를 했는지 보여준다.
 
소비자원은 2009년 발표한 '전자담배 안전실태 조사 결과'에서 "전자담배가 카트리지에 니코틴 함유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과 소관 담당기관이 달라 관리부재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소비자원은 특히 "현재의 법규로는 전자담배 카트리지에 있는 니코틴 용액의 성분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을 검증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품목별로 나뉜 현행 법 체계에서는 전자담배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안전성 문제도 언급한 바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입법기관인 국회 차원에서의 관심도 전무한 상황이다.
 
가장 최근에 개정된 담배사업법은 2013년 12월 26일에 처리된 개정안이다. 당시 담배의 정의에 '증기로 흡입'한다는 항목을 추가해 전자담배를 처음으로 담배로 규정했지만, '담배대용품'을 담배사업법 범위에서 떼어내면서 관리체계를 이원화하는 문제도 남겼다.
 
이후 전자담배 소비가 급증하고 있지만 관련 체계를 개선하려는 입법은 없는 실정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담배사업법 개정안 8개 중 전자담배와 관련된 제도개선방안이 담긴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담배값 인상과 관련한 농민 지원이나 일반담배 규정이 전부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전자담배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전자담배 관련 규정과 관리 체계를 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현재 관련 부처가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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