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이른바 '명동 사채왕'으로부터 사건 무마 청탁과 함께 뒷돈을 받은 현직 판사가 구속 기소된 가운데 대법원이 법원감사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법관 감사기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5일 대법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관 비위에 대한 감사기능 강화 및 재판의 신뢰 보호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우선 대법원은 외부위원들로 구성된 법원감사위원회를 대법원 소속의 독립기구로 설치하고 법원의 감사기능 전반을 상시적으로 감독하게 할 방침이다.
감사위는 총 7명으로 구성되며 이중 6명을 재야 법조계와 학계, 여성계, 언론계 등 사회 각계 전문가들로 위촉된다.
감사위는 법관과 고위 법원공무원의 직무관련 중대 비위 사건 발생시 해당 법관 등의 소속 법원장으로부터 감사상황을 수시로 보고받고 필요한 조치를 권고하는 권한을 갖는다.
또한 법관에 대한 주요 진정이나 청원사항에 대한 조사와 처리결과에 대해서도 심의를 거쳐 필요할 경우 재조사 등을 권고하게 된다.
대법원은 이와 함께 비위 의혹이 제기된 법관을 재판업무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비위 의혹이 제기된 법관의 소속 법원장은 관련 조사를 진행하면서 재판업무 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우려가 있을 경우 사무분담 변경조치를 통한 인사 조치로 해당 법관을 재판업무에서 배제하게 된다.
법관의 재임용심사나 신임법관 임용 시 재산검증도 대폭 강화된다.
대법원은 급여 등에 비해 과다한 재산 증가가 있는 법관을 심층 재산심사대상자로 분류하고 필요한 경우 대면평가를 한다는 방침이다.
종전까지는 재산 증가사유에 대해 법관이 일정한 소명을 하는 선에서 끝났지만 앞으로는 심사대상자로 분류해 필요할 경우 계좌 거래내역 등을 제출 받아 조사하게 된다. 법관은 거부할 수 있지만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경우 그 자체로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비위 법관 등에 대한 조사권도 강화된다. 대법원은 이날 대책에서 징계청구권자인 소속 법원장에게 공공기관 등에 대한 사실조회권과 서류제출요구권 등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법관징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최 모 판사의 경우, 법원은 진상조사에 나섰지만 관련 서류 등 조사에 필요한 증거물을 확보할 법적 근거가 없어 사실상 진상조사에 실패했다.
법관 임용절차도 대폭 강화된다. 그동안 신임 법관은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곧바로 임용돼 사실상 재산 변동에 대한 검증이 필요 없었으나 앞으로 법조일원화에 따라 검찰이나 변호사들이 임용되면서 인사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인사청문회 대상인 고위공직자의 인사검증에 준하는 기준을 마련하기로 하고 법관지원자의 직장상사 동료 등 주변인물에 대한 의견조회 등 다면평가제도를 도입해 평가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로 했다.
한편 양승태 대법원장은 전날 열린 신임 법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법관이라는 직분의 막중한 사명과 책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국민이 진정으로 법관과 재판을 신뢰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선일 대법원 공보관이 5일 '법관 비위에 대한 감사기능 강화 및 재판의 신뢰 보호를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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