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취임 2년차를 맞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수익성 향상과 경쟁력 제고"를 경영방침으로 내세웠다. 핵심 키워드는 ‘재무적 성과 창출’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포스코의 최우선 과제로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꼽은 것이다.
취임 직후부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포스코 내부 혁신을 주도했던 권 회장은 지난 5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도 “올해 본격적인 재무적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실적 개선에는 일부 성과가 있었지만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미미했다는 시장의 평가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주가에 대한 부담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수에서 해외로..현대제철 견제 뚫어라
전방산업 부진으로 인한 수요 감소와 중국발 공급과잉 등 수급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올해도 어려운 한 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포스코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현대제철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자동차와 조선, 건설에 이르기까지 철강 전방산업에 대한 거대한 캡티브 마켓을 갖고 있는 현대제철의 성장은 내수시장 경쟁 격화로 연결된다.
이에 포스코는 고부가 제품인 자동차강판을 중심으로 해외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저가 중국산 철강재의 공습과 현대제철의 부상으로 격화된 내수에서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림으로써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자동차강판은 포스코 전체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지만 영업이익 면에서는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는 효자 품목이다. 권 회장은 최근 “자동차산업이 철강 사업을 먹여 살리고 있다”며 “포스코는 15년 전부터 자동차강판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준비해온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한 바 있다.
특히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인도와 중국, 미국, 유럽의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쌍용차의 최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쌍용차가 최근 출시한 티볼리에는 포스코에서 생산한 고장력강이 전체 차체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는 티볼리 개발 초기부터 참여해 차체에 적용할 강종을 제안하고, 고장력강 성형 해석 지원 등의 솔루션마케팅 활동을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2일에는 인도 마하라쉬트라주에 연산 180만톤 규모의 자동차용 냉연강판 공장을 준공했다. 총 7억900만달러가 투입된 냉연공장은 지난해 6월부터 상업생산에 돌입했으며 현재 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물론 타타, 마힌드라&마힌드라, 바자즈 등 인도 현지 자동차사 및 부품사들에게 자동차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이외에도 포스코는 올해 철강제품 판매 5000만톤 달성을 목표로 글로벌기술서비스센터(TSC)를 기존 23개에서 29개로 확대하고, 수익성 향상을 위해 월드 프리미엄 제품 판매량을 전년 대비 194만3000톤 늘린다는 계획이다. 솔루션 마케팅 연계 판매량 목표도 전년 대비 50만톤 가량 증가한 180만톤으로 잡았다.
◇지난달 22일 포스코는 인도 마하라쉬트라주 빌레바가드 산업단지내 위치한 냉연공장 준공식을 진행했다.(사진=포스코)
◇본격적인 재무성과 창출..비핵심자산 매각 속도
권 회장은 올해도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해 비핵심자산 매각과 그룹사 지분 매각, IPO 등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한 구조 개편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철강과 연관없는 가지들을 쳐내고 뿌리를 튼튼히 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전임 정준양 회장이 남긴 숙제기도 하다.
현재 전남 광양제철소 내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과 포스화인, 포스코-우루과이 등 3개 자회사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당초 IPO가 유력했던 포스코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에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상장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지분 매각이 거론됐던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생산량 증대에 따른 실적 호조로 매각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정 회장이 취임 직후 대우인터내셔널 지분 매각 가능성을 테이블에 올렸던 점은 오점으로 남았다.
포스코는 올해 연결 차입금 규모를 전년 대비 1조2000억원 감소한 26조2000억원으로 줄이고, 부채비율도 6.4%포인트 하락한 81.8%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차입금 대비 현금영업이익 비율(Debt/EBITDA)도 지난해 4.4배에서 3.8배까지 줄인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권 회장은 중기 경영계획 목표로 오는 2016년까지 연결 기준 EBITDA 8조5000억원, Debt/EBITDA 3배 달성을 제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올해는 주요 계열사들의 송도 이전이 예정돼 있어 ‘포스코 송도시대’의 안착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포스코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송도 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을 지원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지난 2010년 포스코건설과 포스코글로벌 R&D센터를 시작으로 2013년 11월에는 포스코플랜텍, 지난해 3월에는 포스코엔지니어링이, 지난달에는 대우인터내셔널이 송도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다. 오는 4월에는 서울 선릉로에 있는 포스코A&C도 송도로 이전할 예정이다. 포스코A&C의 이전까지 완료되면 포스코 임직원 5000여명이 송도 국제업무지구로 일터를 옮기게 된다.
이외에도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갑질 만행을 벗어던져야 할 구태로 꼽고 있다. '라면 상무'는 단면일 뿐, 여전히 수많은 거래처들로부터 포스코는 갑 중의 갑으로 인식되고 있다. 포스코만의 성과공유 문화가 일선 구매현장에까지 전달되기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권 회장은 포스코 제8대 수장인 동시에 한국철강 업계를 대표하는 철강협회 회장으로서의 역할과 책임 또한 막중하다. 2년차인 올해 본격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그의 다짐에 많은 이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 그의 말처럼 올해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되겠지만 ‘자만과 허울을 벗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취임 당시의 마음가짐을 기억하고, '포스코 더 그레이트'를 향한 성공적인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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