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미래창조과학부가 향후 5년간 사물인터넷(IoT) 부문에 2900억원 수준의 투자 계획을 밝힌 가운데 미래부 안팎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미래부가 민간 기업들과 진행 중인 '매칭펀드'(matching fund) 방식에 허점이 많아 정부 지원금만 받고 실제로 기술투자에 나서지 않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17일 미래부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미래부가 매칭펀드(정부와 기업이 각각 절반씩 자금을 출자해 투자하는 방식)로 진행 중인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관련 신산업발굴 및 R&D 과제의 대부분이 실제 투자보다는 인건비 등의 통상적 경영비용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규정상 국비 지원 이후 민간 기업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부가 민간 기업들과 함께 진행하는 매칭펀드는 기업 측에서 신기술에 기술에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노력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며 "매칭펀드의 활용에 대한 마땅한 규정이 없다보니 상당수 기업들은 인건비나 식대 등 일상적인 경영비용을 기술투자비로 상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래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창의적 ICT 활용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사회 현안을 해결하고자 빅데이터 사업(25개, 698억원),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19개 1937억원), 사물인터넷 사업(19개 692억원) 등 63개 사업에는 3327억원이 투자한다고 밝혔다.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정보화 예산은 전년보다 34%와 54%가 증가했다.
하지만 실제 기술 과제를 선정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참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사물인터넷이나 클라우드 분야에서 국비 지원 대상 기업, 연구소를 선정하는 심의위원회는 상당수가 학계 출신 인사들이며 실제 국내외 IT업계에서 활동하는 기업가 출신 전문가는 1~2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기술 개발이 실수요와 연결되지 않고 '연구를 위한 연구'에 머무를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미래부가 소위 '버즈워드'(명확한 합의와 정의가 없이 마케팅 또는 과시용으로 전락해버린 기술용어)에 기대어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계 기업의 한 관계자는 "사물인터넷이라는 실체 모호한 슬로건에 매년 투자금을 늘리고 있지만 실제 미래부의 투자금이 지원되는 영역을 살펴보면 사물인터넷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과제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래부측은 민간 기업이나 연구업체의 연구개발 과정을 일일이 모니터링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신기술에 한정된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국비지원 모집공고가 나간 이후 각 기업들의 수행계획서를 검토한 뒤 사업비를 선정하고 거른다. 이 과정에서 1차적으로 걸러지지만 결과적으로 민간 기업이 계획서대로 할지 안할지 감사하는 건 다른 절차다"라고 설명했다.
국가의 연구개발 지원시스템에 마땅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미래부는 신기술사업과 관련해 큰 방향성만을 정하고 구체적인 부분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정한다. 국비를 지원받을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은 출연연이 지정한 심의위원회에 의해 이뤄지는데 국공립대학, 사립대 및 연구기관간의 역할 조정도 없어 실질적으로는 중복투자에 해당하는 경우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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