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국내 최대 게임 업체 넥슨과 경영권 분쟁 중인
엔씨소프트(036570)가 '묘수'를 내놨다. 엔씨는 넷마블게임즈와 글로벌 모바일 게임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서로의 주식을 사고팔면서 경영권 유지에 우호적이자 모바일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할 세력을 확보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左)와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사진=엔씨소프트)
◇게임 지적 재산권 제휴해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 공략..합작사도 설립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17일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과 함께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온라인·모바일 게임 지적 재산권(IP)에 기반한 다양한 협력 사업을 전개'하는 내용의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제휴로 넷마블은 엔씨의 글로벌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개발을, 엔씨는 넷마블의 글로벌 IP를 활용한 온라인 게임 개발을 담당키로 했다. 각 사의 강점과 역량을 최대한 살려 시너지 효과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모바일 게임 시장에 주안점을 두고 글로벌 게임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상호 퍼블리싱(Publishing) 사업 협력 ▲크로스 마케팅 ▲모바일 게임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합작회사((Joint Venture) 설립과 공동투자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 공동 진출 등 다양한 협력 모델로 세계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김택진 대표는 "게임 IP를 다른 회사와 제휴한 적이 없는 엔씨와 게임 크로스 마케팅을 한 경우가 없는 넷마블은 서로 가장 중요한 심장을 교환하는 제휴를 맺는다"며 "급성장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은 퍼블리셔(유통사)들에 의해 블록화돼 있어 이 시장 진출에 따를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이었는데, 넷마블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 해 양사가 협력하는 방법을 방 의장과 의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이런 협력이 가능하려면 상호 투자를 통해 함께 가는 모습을 만드는 게 좋겠다고 논의했다"며 상호 지분 투자를 결정한 배경을 소개하면서 "이번 기회로 양사가 글로벌 게임사로 성장할 분수령이 오늘로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방준혁 의장도 "한국 회사로서 국내 경쟁이 아닌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회사를 만들려는 취지에 서로 공감했고, 서로 강력한 파트너십을 갖추기 위한 상호 투자를 하게 됐다"며 "앞으로 다양한 게임을 구성하고 강력한 시너지를 내기 위한 협업 체계를 하나씩 만들어 결과물을 조만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엔씨-넷마블 상호 지분투자..경영권 방어
이날 양사는 기자 간담회에 앞서 각각 이사회를 열고 상호 지분 투자와 글로벌 공동사업을 위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결의했다. 이사회 결의에 따라 엔씨는 넷마블의 신주 9.8%에 대해 약 3800억원을 투자, 넷마블의 4대 주주가 됐다. 넷마블 주식 가치는 삼일회계법인(PwC)의 기업 가치 평가에 따라 결정됐다.
또 넷마블은 3900억원가량을 투자해 엔씨의 자사주 8.9%를 주당 20만500원에 인수, 엔씨의 3대 주주가 됐다. 주당가격은 엔씨 주식의 지난 2개월 동안의 평균 주가다. 엔씨 관계자는 "주식스왑(swap)이 아니다"라며 "엔씨가 현금으로 넷마블의 주식을 사고, 넷마블이 엔씨의 주식을 현금으로 사는 상호 투자"라고 말했다.
이번 상호 투자 과정에서 넷마블의 주식 가치가 비싸게 책정됐다는 평가도 있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엔씨의 넷마블 지분 인수가는 넷마블 가치 대비 비싸다"며 "엔씨가 넷마블 지분 9.8%를 3803억원에 인수했다는 것은 이 회사 전체 적정가치(시가총액)를 3조9000억원으로 평가했다는 것인데, 이는 텐센트가 1조9000억원으로 평가했듯 대략 2조원 정도로 평가되는 것과 비교하면 적정가치의 2배에 달할 정도로 비싼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번 상호 지분투자가 대(對) 넥슨 경영권 방어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바일 게임 사업 시너지가 장기적 관점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단순한 크로스 프로모션 등을 위한 제휴라면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대비 주가) 논란이 있을 것"이라며 "경영권 방어에는 확실한 효과가 있는 거래지만, 이날 발표되는 공동사업을 포함한 시너지 방안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측과 넷마블의 지분을 합하면 20%에 육박해 최대주주 넥슨의 보유량(15.08%)을 가볍게 넘어선다.
엔씨는 이번 제휴와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김택진 대표는 "이번 제휴는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과) 전혀 상관없이 진행됐고, 모바일 게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방준혁 넷마블 의장과 몇년 전부터 계속 추구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 또한 "넷마블은 방준혁 개인의 회사가 아니라 CJ그룹(
CJ E&M(130960))과 텐센트 등의 투자도 받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의 제휴 제의가 쇄도하고 있는 회사"라며 "엔씨의 경영권에 활용되기 위한 제휴라는 것은 넷마블 입장에서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방 의장은 "넷마블은 엔씨의 주주니까 당연히 우호세력"이라며 "단기투자자가 아니므로 엔씨의 현재 경영진이 회사가 잘 성장하도록 올바른 선택을 하는지를 바라보고, 조언하거나 도울 것은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의 3대 주주인 텐센트에 엔씨의 기술이 이전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텐센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인프라와 적용 기술이 달라 텐센트가 엔씨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고 통하지도 않는다"고 일축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 역시 "지난해의 경우 외형적으로는 지난 2013년보다 성장성이 떨어지긴 했으나, 질적인 성장을 보면 모바일 게임이 40% 이상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기업가치는 현재 실적만 보고 평가하는 게 아니라 미래의 성장이 반영되는 것이고, 앞으로 엔씨와 협력은 회사 가치가 훨씬 성장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너지 효과 가능할까
자연스럽게 의문은 양사의 시너지 효과로 향한다. 업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긍정적 평가의 배경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출하려는 온라인 게임의 강자와 온라인 시장 공략이 중요 목표인 모바일 게임 강자의 만남이라는 점에서다. 이성빈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번 제휴가 양사에 득이되지 해가 될 상황은 없을 것"이라며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5위권 내 3종가량은 넷마블 게임이므로 엔씨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점이 있고, 넷마블은 온라인 부문에서 엔씨의 개발력 등을 도움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엔씨는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등 온라인 게임을 모바일 버전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소셜네트워크게임(SMG)과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의 '팡야'와 같은 캐주얼 모바일 게임 3종 등 모두 6종의 모바일 게임을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넷마블도 지난달 '엘로아'와 '파이러츠 : 트레저 헌저' 등 온라인 게임 2종을 출시하면서 해당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엔씨의 온라인 게임 개발력이 든든한 아군이 될 전망이다.
반면, 소규모로 빠르게 개발되는 모바일 게임의 특성 탓에 대형 게임사 두 곳의 시너지가 나타날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모바일 게임사 관계자는 "이번 제휴는 본업이 게임인 게임사들이 지분율 경쟁을 통한 경영권 방어 목적이 강해 당장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할지는 의문"이라며 "대형 게임사가 모바일 게임을 직접 만들어 성공한 경우가 드물다는 점에서 이날 나온 장밋빛 전망만으로는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넥슨은 양사의 제휴와 관련, 지난 16일 엔씨가 넷마블의 지분을 산다는 공시가 나왔을 때와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엔씨의 자사주 매각 결정이 주주 권리를 존중하고 장기적인 회사의 발전을 위한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향후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고, 엔씨의 모바일 전략의 가시적 성과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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