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이렇게 막자)①신의진 의원 "즉흥식 땜질처방, 이젠 벗어나야"
"사전예방-조기발견-사후수습 등 근원 대책 절실"
"CCTV 의무화는 최소 장치..어린이집 동의 필요"
2015-02-23 16:35:00 2015-02-23 16:35:00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올초 발생한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고, 이를 계기로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수많은 대책들도 봇물 터지 듯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고 아동학대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대책도 해마다 되풀이된 것이다. 그런데도 아동학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부 정책이라는 게 실효성 없는 재탕들인데다, 국민 여론도 잠시 들끓었다가 곧 가라앉기를 되풀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런 쳇바퀴돌기를 끝내고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뉴스토마토>가 국회에서 아동학대 근절에 앞장서는 여·야 국회의원, 중앙아동호보전문기관 관계자, 참보육을위한부모연대 운영자 등을 만나 아동학대를 근절할 근본 해법을 물었다. (편집자)
 
지난 1월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일어나자 정부는 재빨리 사고 대응에 나섰다. 해당 어린이집을 폐쇄하고 학대 교사를 구속했으며 당정 협의회와 관계부처 장관회의까지 열어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내놨다. 이번 사건을 방치하고 불난 민심을 수습하지 못 하면 집권 중반기에 들어선 박근혜정권의 국정난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에 대해 칭찬보다 비판이 많아 보인다. 어린이집에 문제가 생겼으니 당장 어린이집만 감시·처벌하자는 데 무게가 실려서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당정 협의회에 참여한 새누리당도 정부의 대책이 급조됐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했다.
 
새누리당 '아동학대근절 태스크포스' 간사인 신의진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17일 뉴스토마토와 만나 "그동안 정부의 아동학대 방지대책들은 즉흥적이고 한정된 예산 탓에 구색 맞추기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특히, 신 의원은 "아동학대 사전예방-조기발견-사후수습 등 체계적 관리방안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어린이집 CCTV 의무화는 자기 의사표현에 서투른 아동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육아종합지원센터의 기능을 강화하고 아동학대 컨트롤 타워를 설치하는 한편 부실 어린이집을 국공립화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자 직접 인천에 가서 아동과 학모부들을 상담하며 사고 수습에 노력한 신 의원은 이번 일을 '작은 세월호 사고'에 비유했다. 아동학대를 예방하지 못했고 다수의 아동과 학부모가 피해를 당해 집단적 정신적 충격을 받은 사건이어서 세월호 사고와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것.
 
신 의원은 "인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후 정부와 지자체, 지역 병원 등이 나서서 피해자 심리치료와 임시 보육시설 개소, 치료적 보육시설 설치 등을 추진했다"며 "이런 모델을 행정적으로 제도화되도록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의원은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를 지내다가 19대 국회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했다.
 
◇1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누리당 아동학대근절특위 간사인 신의진 의원이 이날 열린 아동학대 방지대책 관련 당정 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News1
 
다음은 신의진 의원과의 일문일답.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와 새누리당은 당정 협의회를 열어 아동학대 대책을 논의했다. 또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CCTV 의무화와 아동학대 기관·교사 영구 퇴출, 보육교사 국가시험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당정 협의회 내용 중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딱히 어느 하나에 중점을 뒀다기보다  그동안 정부의 아동학대 방지대책들은 너무 즉흥적이었다. 대책은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게 첫째고, 문제가 생겼을 때 조기에 발견해서 조치해야 하는 게 그 다음, 아동학대 사건이 터졌을 때 발빠르고 실효성 게 수습하는 것이 마지막이다. 이런 식으로 체계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나 언론은 CCTV 의무화와 보육교사 처우만 가지고 이야기 한다. 이번에 새누리당의 아동학대근절특위 간사를 맡아 당정 협의회를 해보니까 정부는 어떤 틀이 있다고 생각하고 계속 그 틀을 가지고 정책을 세우려는 경향이 있다. 
 
-정부의 아동학대 근절대책 중 CCTV 의무화가 논란이다. 야당에서도 CCTV 의무화에 찬성하지만 신중론을 내고 있다. CCTV 의무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CCTV는 어린이집에서 아동의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물리적 장치다. 문제는 야당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CCTV만 설치하면 다 되는 것이냐' '어린이집을 감시만 하면 다 되느냐' 부분이다. 물론 이런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런데 사실 부모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장의 요구는 또 다르다. 부모님들은 아이들 주머니에 녹음기를 넣자는 말을 할 정도다. 아동학대 때문에 불안하니까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아동과 부모님의 입장을 고려하면 CCTV 의무화를 인권침해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교사들이 CCTV로 감시받고 남들이 볼까 봐 아동과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없고 필요한 훈육도 제대로 못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하려면 원장과 교사, 부모가 서로 동의하는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또 어린이집에서 먼저 CCTV를 설치하겠다고 나서면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인센티브가 필요가 있다.
 
-CCTV 의무화와 아동학대 기관 영구 퇴출 등은 사고가 발생한 후에 대처한다는 점에서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어린이집 내 안심보육여건 조성과 프로그램 개발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어린이집 내 안심보육여건 조성은 아동학대를 어떻게 예방하느냐의 문제로 돌아간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4가지를 말하고 있는데 우선 육아종합지원센터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전국 시·군·구에 육아종합지원센터가 있지만 예산과 인력도 부족해서 지금은 거의 아이들 장난감을 대여해주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유명무실한 육아종합지원센터를 전문적인 보육교사·부모 상담, 아동학대 예방교육 등을 담당하도록 개편해야 한다.
 
또 복지부가 아동학대를 저지른 기관과 교사를 영구 퇴출하겠다고 했는데 현재는 아동학대를 자진신고한 기관도 폐쇄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문제가 있는 교사만 축출하고 선량한 어린이집 원장과 동료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
 
수요자 중심의 컨트롤 타워도 필요하다. 어린이집 교육과정과 아동학대 방지 등에서 복지부와 교육부의 기능이 혼재됐다. 당장 부모들은 아동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 어느 부처, 어디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하는지도 모른다. 예산도 누리과정(만 3세~5세 무상보육) 예산은 교육부가 지급하고 어린이집 행정은 복지부가 맡는다. 이러면 안된다.
 
복지부가 이번에 어린이집에 보조교사를 배치한다고 했는데 여기에는 찬성한다. 유치원처럼 정규교사와 보조교사를 두고 교사들이 교육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 또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할 때 이론식 교육이 아니라 사례식 교육이 필요하다.
 
-어린이집 교육여건·보육교사 처우 개선, CCTV 의무화 등의 관건은 예산이다. 그동안 정부는 아동학대 방지대책만 만들고 예산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에 대해 한가지 지적한다면 정부가 아동과 복지관련 예산을 많이 늘렸지만 써야 할 때 쓰지 못했다. 복지예산이 100조원, 보육예산이 10조원이면 뭐하나. 무상복지, 개별 복지 수혜자에 대한 지원도 좋지만 전체적인 기간사업에는 전혀 돈을 안 썼다.
 
육아종합지원센터 지원, 아동학대 방지와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위한 전반적인 기획사업 등에 대해서도 투자를 해야 한다. 공장만 짓고 공장에서 물건 실어 나를 길도 안 닦은 상황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보육지원이 편향된 측면이 있다.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였던 신의원이 보는 학대 아동이 입는 정신적 피해나 후유증은 무엇인가. 또 학대 아동과 피해 부모의 상처를 치료하는 대책은 어떤 게 있나.
  
▲아동의 정신적 충격이 왜 심각한가 하면 아이들은 3~4세만 돼도 자아를 형성한다.  아동이 어릴 때 학대를 당하면 '나는 힘이 없구나', '세상이 무섭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세상을 왜곡해 보게 된다. 자라면서 사회부적응과 우울증을 앓게 된다. 평생 부정적인 시각과 겪는 셈이다.
 
다른 부모들은 아동학대가 일어난 어린이집이 문 닫으면 우리 아이를 어디에 보낼 것인지 걱정했다. 그래서 아파트 내의 게스트하우스를 고쳐 임시 어린이집으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폐쇄된 어린이집은 인천 연수구와 협조해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전환시켰다.
 
이게 이른바 인천 모델인데 이걸 행정적으로 정착시키려고 노력할 예정이다. 이번 경우는 다소 급해서 서둘렀지만 예산과 행정 문제가 해결되면 한달이면 될 일이다.
 
문제는 역시 예산과 행정이다. 이번에 정부 조직을 개편하면 국민안전처를 만들었는데 이런 일이야말로 안전처가 나설 일이다. 급하게 예산이 필요하고 행정적 지원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안전처가 예산을 투입하고 인력을 지원하면 된다. 지자체나 복지부는 예산이 없다는 식으로 나온다. 지자체나 정부하고 실랑이 하다보면 시간을 다 놓친다.
 
또 한가지 인천 모델에 적용한 것 중에 '치료적 보육시설(Therapeutic preschool)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것은 해외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인데, 아동학대를 경험했거나 목격한 아이들은 바로 보육시설에서 보육하는 게 아니라 우선 모두 정밀 심리검사를 한 후 보육교사와 심리치료 교사가 일정기간 동안 함께 돌보는 방식이다.
 
치료적 보육시설도 제도화시킬 생각이다. 지금 이게 법과 시행령 중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검토하고 있다. 또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모두 나서야 한다.
 
-현재 국내 보육시장은 민간 어린이집이 90%의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국공립 어린이집 등 공공보육 인프라는 부족하다. 또 정부가 민간 어린이집을 늘리기만 하고 예산 등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않아 부실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한편 민간 보육시장을 내실화할 방안은 무엇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보면 전체 보육시설 중 국공립 시설의 비중이 대부분 30% 이상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5.7%에 불과해 공공보육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보육의 질보다는 양부터 확충하려는 정책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어린이집 시설 증가 추이(자료=보건복지부, 통계청)
 
그렇다고 민간 어린이집을 갑자기 제한하면 당연히 민간 사업자의 반발이 생길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민간 어린이집 자체가 다 잘못된 게 아니다. 그래서 현재로써는 이번 인천 어린이집과 같이 운영상의 문제로 폐쇄되거나 부실하게 운영된 민간 어린이집을 지자체나 정부가 골라서 매입한 뒤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요즘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문제지만 사실 가정 내 아동학대가 전체 아동학대의 80%나 된다. 가정 내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도 함께 설명해달라.
 
▲제가 그동안 새누리당 가족행복특별위원회와 아동·여성성범죄근절특별위원회에서 일했었다. 그런 결과물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만들었다.
 
과거에는 가정에서 아동이 학대를 당해도 부모를 격리시키거나 처벌을 하지도 못했고 학대 현황을 조사도 못 했다. 하지만 이제는 가정 내 학대에 대해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고 올해는 관련 예산을 50억원 이상 증액했다.
 
가정 내 아동학대는 궁극적으로 복지의 문제다. 아동학대는 아동에 대한 복지지원과 맞물린다. 아동학대가 일어나면 어떻게 처벌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책이 나왔다. 그러나 아동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복지정책이 미흡하다.
 
또 부모들에게 아동학대 방지에 대해 교육하고 전 국민이 아동을 때리지 말라는 캠페인에 동참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정부의 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훈육을 빙자해 아이들을 체벌하는 것은 우리 사회 문화가 변해야 한다. 시민들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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