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경매시장이 훈풍도 모자라 투자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고가 낙찰을 부추겨 수익을 올리고 개인정보를 버젓이 거래하는 브로커들의 불법 행위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 비수기에도 입찰 구름떼..시세차익 어려워
6일 두인경매에 따르면 올해 1~2월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88.97%로 지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매 건당 평균 응찰자수도 9.45명으로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0명에 육박했다.
통상 겨울철은 부동산 시장에서 비수기로 통하지만, 연이은 부동산 대책 발표로 시장에 온기가 돌며 거래가 늘고 있는 것이 이 같은 경매지표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전세난도 매매수요 증가에 한몫했다.
하지만 투자 열기가 과열되자 시세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취득해 차익을 누리는 경매만의 경쟁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경매에 부쳐진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양지마을아파트 전용면적 84㎡는 22명의 응찰자가 몰리며 단 한 번의 유찰 없이 신건에 낙찰됐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 118%, 3억7769만원에 팔려나간 것. 현재 이 아파트의 매매시세가 3억6000만원 인 것을 감안하면 시세차익은 커녕 손해를 본 셈이다.
지난 5일 경매가 진행된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동남아파트 전용 49㎡도 무려 33대1의 입찰경쟁률을 기록하며 감정가를 웃도는 1억6999만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하지만 이 아파트 역시 급매물이 1억6900만원에도 거래되고 있어 당장 수익을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경매법정은 무법지대?..불법 행위 '만연'
전문가들은 경매시장이 이렇게까지 달아오른 데에는 수수료를 받고 컨설팅부터 대리 입찰, 명도까지 알선해주는 무자격 경매 브로커들의 시장 교란 행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수수료를 목적으로 한 경매 대리 입찰은 변호사와 법무사, 매수신청대리인 교육을 받고 정식으로 법원에 신고한 공인중개사만이 할 수 있다. 법원에 신고 되지 않은 일반 공인중개사의 대리 입찰 역시 불법이다. 경매 낙찰 후 이뤄지는 부동산의 명도 과정은 법무사와 변호사만이 대행 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경매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경매 대리 입찰을 친인척이나 지인이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대리인 입찰 서류를 갖추고 친척이라 해 버리면 그만"이라며 "대리 입찰을 하는 사람이 수수료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번호사나 법무사는 경매 대리 입찰이 합법이라 수수료도 정해진 요율대로 받지만 일반 컨설팅업체는 정해진 요율이 없기 때문에 업체별로 수수료를 낙찰가의 4%, 10억 이상 물건은 정액, 아파트는 300만원부터 시작하는 등 부르는 게 값"이라며 "그러다보니 컨설팅 수익을 높이기 위한 고가 낙찰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부동산 명도 과정이 복잡하다는 것을 빌미로 낙찰 수수료 외에 명도 수수료를 더 내라고 하는 업체도 있으니 투자자 스스로 잘 알아보고 입찰에 나서는 것 외엔 도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경매 법정에서 대출을 목적으로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는 불법이지만, 법원이라는 장소가 무색할 정도로 경매 잔금 대출 알선을 위한 개인정보 거래도 공공연히 판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낙찰자가 나타났다 하면 그 사람 외투가 벗겨질 정도로 대출 알선 업체들이 들러붙는다"며 "대출 알선 수수료도 건당 50만원부터 천차만별이며, 요즘에는 전화번호 하나 당 5000원씩 받고 파는 아주머니들이 진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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