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항공기 투자 펀드에 대한 불완전판매 책임을 두고 KDB생명보험과 현대증권이 벌인 법정분쟁에서 현대증권이 사실상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KDB생명보험이 투자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수익증권 상품을 판매한 현대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익증권을 판매하는 회사는 고객에게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포함해 수익증권의 특성과 주요내용을 명확히 설명함으로써 고객을 보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으나 투자자가 그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거나 판매회사로서도 투자권유 당시 위험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까지 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 사건 펀드 투자 전에도 유사한 펀드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얻은 경험이 있고, 이 사건에서도 SPC가 항공기 등을 구매한 뒤 수리업체를 통해 리모델링 및 수리를 거쳐 스카이스타에 대여된다는 점은 이 사건 펀드 설계 단계부터 예정되어 있었으며, 원고도 투자제안서 및 피고 측의 설명을 통해 투자 결정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ATA항공, 스카이스타의 SPC에 대한 부족자금 대여약정은 SPC의 자금부족 상황에 대한 인적 담보이고 이 경우 담보의무자의 자력 범위 내에서 변제가 가능하므로 담보의무자의 자력이 부족한 경우 충분한 변제를 받지 못할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은 담보의 성질상 당연하므로 별도의 설명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가 원고에게 투자를 권유할 당시 담보의무자인 ATA항공이나 스카이스타의 경영상황이 악화되어 SPC에 부족자금을 대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결국 원심이 피고가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한 설명의무의 대상인 투자위험은 피고가 투자권유 당시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던 위험이 아니거나 투자자인 원고가 그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는 사항에 해당된다"며 "그런 사항에 대해서까지 전문투자자라고 할 수 있는 원고에게 피고가 설명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는 없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현대증권은 유리자산운용사와 펀드 위탁판매계약을 맫은 뒤 2008년 3월 KDB생명보험에 ATA항공 관련 특수목적회사(SPC)인 스카이블루의 기업어음을 매입하는 펀드상품 ‘유리 스카이블루 사모특별투자신탁 제1호(유리 스카이블루 펀드)에 대한 투자를 권유했고 KDB생명보험은 그해 4월 펀드 모집 금액 180억원 중 90억원을 투자하기로 계약했다.
유리 스카이블루는 중고 항공기와 동체엔진 2기, 스페어 엔진 1기를 구입해 중국 수리업체에서 리모델링 및 수리를 거쳐 ATA항공 계열사인 태국 스카이스타에 임대한 뒤 임대료를 받아 수익을 상환받는 구조였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KDB생명보험은 30개월 동안 연 10%의 수익률을 보장받았으며 매 3개월마다 이익을 배당받기로 되어 있었다. 또 중고항공기와 엔진에 대해 1순위로 근저당권을 설정 받고 ATA항공과 스카이스타가 이를 연대보증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결함 발견으로 항공기에 대한 리모델링과 수리가 지연됐고 이후 비용마저 추가 발생돼 사실상 항공기 임대가 불가능해졌다. KDB생명보험은 당시 배당받은 수익액이 4억5000만원 정도에 불과했고 이후 85억5000만원의 손실이 예상되자 투자위험에 대한 설명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현대증권과 유리자산운용을 상대로 88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KDB생명보험의 주장을 일부 인용하되 "펀드가 연 10%의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로서 필연적으로 높은 투자위험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원고 역시 전문투자자에 해당한다"며 현대증권 등의 책임을 30%로 제한, 25억6479만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유리자산운용을 제외한 KDB생명보험과 현대증권 쌍방이 항소한 2심에서는 현대증권의 책임으로 35%로 제한하면서 유리자산운용이 1심판결에 따라 지급한 금액을 제외한 14억8944만원을 현대증권이 KDB생명보험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현대증권이 상고했다.
◇대법원(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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