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의존도 줄인다..정유사, 원유도입 비중조절에 안간힘
2015-03-10 16:24:57 2015-03-10 16:24:57
◇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국제유가 약세 여파로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도입 비중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는 지난해 국내 전체 원유 수입 비중의 32.5%를 담당한 1위 원유도입국이다. 각 정유사마다 조금이라도 더 싼 원유를 확보하기 위해 이라크와 카타르, 인도네시아와 콜롬비아로 눈을 돌린 결과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해 1월 사우디에서 도입한 원유는 총 2639만8000배럴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도입 원유에서 사우디가 차지하는 비중은 31%로, 전년 동월(32%) 대비 1%포인트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비중은 29%로, 전년 12월 기록한 31.5% 대비 2.5%포인트 줄었다.
 
지난 1월 도입 물량이 가장 많이 급증한 지역은 콜롬비아로 나타났다. 콜롬비아의 원유 도입물량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75% 증가한 94만6000배럴로 집계됐다. 이어 인도네시아가 49만6000배럴로 68% 급증했으며, 이라크( 1061만3000배럴)와 카타르(1022만배럴)도 각각 48%, 45% 늘었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정유사들이 조금이라도 더 싼 원유를 확보하기 위해 타 지역 물량을 늘린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유가 하락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자 다른 지역으로 스팟성 거래 물량을 늘려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통상 단기간의 국제유가 변동은 영업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1분기 이상 지속될 경우 원유 비축분 재고평가에서 손실이 발생한다. 국내 도입원유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10월 평균 배럴당 86.38달러에서 같은 해 12월 30% 이상 급락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S-Oil은 정제마진 축소와 재고평가손실 확대로 정유부문에서만 지난해 영업손실이 2조5000억원대에 달했다. 특히 연말로 갈수록 유가가 가파르게 하락하자, 경제성 확보 차원에서 사우디 외 지역의 도입 물량을 의도적으로 늘렸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계약에 묶인 물량은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난해 연말부터 스팟성 거래를 늘리는 것 외에 지난해 11·12월 계약이 종료되는 중동지역 물량을 다른 국가로 분산시켜 대응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 약세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조짐을 보이면서 각 정유사들은 도입선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황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는 대책은 저가 원유 도입을 통한 비용절감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 세계 20여개국에서 50여종의 원유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도입 실적이 미미하던 아프리카 원유 도입 비중을 2%에서 7% 수준으로 늘렸다. 아울러 미국산 컨덴세이트 도입을 통해 중동산 원유와 판매자의 의존도를 축소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GS칼텍스 역시 원유 도입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다만 미국 정유업체 셰브론이 지분 50%를 보유함에 따라 미국법상 적성국가인 이란산 원유를 도입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값비싼 사우디 경질유에 의존하는 등 원유 도입선 다변화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에 GS칼텍스는 미국산 콘덴세이트 도입 추진을 결정하고 지난 7월 일본 미츠이상사에서 약 40만 배럴의 콘덴세이트를 들여왔다. 이달에는 100만톤 규모의 멕시코산 원유를 도입키로 했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흑자 달성이 확실시되는 현대오일뱅크는 사우디로부터 들여오는 원유를 대폭 축소하고, 이란과 남미 등의 지역의 도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스팟 거래물량을 늘려 재고를 유연하게 관리하고 있는 점도 수익성을 유지한 비결로 손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약화되다 보니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 나서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수익성 확보의 유일한 대안이 비용 절감인 만큼 당분간 각 정유사별 실적은 도입 원유의 비용이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