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 내정자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News1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내놓는 발언에 금융권은 실망한 모습이다.
애초 임 후보자가 금융위원장에 내정됐을 때 관료 출신에 금융지주사 회장직을 2년 가까이 맡아 적임자라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정식 취임전이라고는 하지만 청문회 발언 곳곳에서 소신있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을 쏟아냈다.
민간 은행의 인사에 개입하지 않고 외풍을 막아주겠다는 뜻을 밝혔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은 노사 합의가 이뤄진 후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증가 속도가 다소 빠르지만 시스템 리스크까지 발전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은행권은 우선 가계부채에 대한 임 후보자의 시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임 후보자가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빠르지만 리스크 수준은 아니다"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같은 맥락의 발언을 했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국토부나 금융위원회 등 정부가 기획한 초저금리 주택대출이 이달부터 나오는 가운데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기재부 입장과 다르지 않다"며 "시장 원리를 거스르지 않는 금융위 차원의 대책을 기대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몇몇 발언을 놓고 봤을 때 정부 경제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 후보자의 민간은행 인사 개입에 대한 발언은 전문성이 없는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들의 낙하산 인사를 금융당국이 방관하지 않겠다는 뜻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임 후보자가 회장으로 있은 농협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후보에 전직 관료를 비롯한 막강한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 임 내정자 본인이 관료 출신 회장이었다는 점을 미뤄보면 결국 인사개입 차단은 공허한 각오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또한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금융권을 흔들었던 정치금융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정치금융 논란을 부인했지만 최근
KB금융(105560)지주나 우리은행 등에서는 정치권 여기저기서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후보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에 대해서는 노사 합의에 무게를 뒀다. 임 후보자가 두 은행의 통합을 바라보는 그간의 금융당국보다 더욱 보수적인 시각으로 풀이되고 있다.
법원이 통합 중단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두 은행의 조기통합은 오는 6월말까지 중단된 상태.
하나금융지주(086790)에서는 원론적인 발언으로 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노사간 합의가 없으면 당국의 통합 승인을 보류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핀테크나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류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오는 6월까지 업계 의견을 받아보고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실효성 문제는 간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 후보자가 청문회 사전답변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결제나 인터넷뱅킹 등이 이미 잘 구축돼 있어 실효성 의문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이날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돼야 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보다는 지주사내 업권간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며 "임 후보자도 농협금융에 있을 마지막 시기에 복합점포를 강력하게 추진했으니 애로사항을 더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은행(000030) 매각과 관련 임 후보자는 "신속하게 매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 수혈을 받은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지방은행 계열과 증권 계열을 모두 매각하고 우리은행 체제로 전환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네번째 차례인 만큼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 나올 수는 없다"며 "이번에는 금융당국이 우리은행의 의견에도 귀를 귀울였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우리은행으로서는 현재 몸값을 올리는게 급선무다. 우리은행의 주가는 현재 9000원대로 지난해 매각이 진행되던 때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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