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이 오는 19일 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선박을 제작할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연간 수주목표를 달성했고, 경쟁사와 달리 대규모 충당금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또 지난해 11월 말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단일 조선소 기준 수주잔량 1위를 기록하는 등 영업과 실적 측면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조선업 침체로 헤비테일 지급 방식이 확산되면서 원활한 수주활동에도 불구하고 운영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 세계 조선시장을 호령하는 한국 조선산업의 현주소다.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은 표현 그대로 꼬리 부분을 크게, 즉 선주사가 선박을 인도받을 때 대부분의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결제방식은 선박 공급 과잉으로 조선업이 침체되면서 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발주량 감소로 선주사들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최대한 대금지급을 미룰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헤비테일 방식의 수주 비중은 30%에 머물렀지만, 2013년 말에는 70%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 침체 이전까지는 단계별로 일괄적으로 나눠 지급하는 스탠다드 방식이 주를 이뤘다. 계약할 때 선수금 명목으로 20%를 주고, 이후 강재절단, 진수, 명명식 등 선박건조 주요 단계마다 20%씩 총 5번에 나눠 지급하는 식이다. 2000년대 중반 조선업 호황기 때는 계약 시 많이 받는 톱헤비(Top-Heavy) 방식이 선호되기도 했다.
헤비테일 방식 확산으로 조선소들은 통상 2년 정도 걸리는 선박건조 과정 동안 외부로부터 자금을 차입할 수밖에 없다. 특히 동시에 많은 선박을 제작할수록 더 큰 운영자금을 필요로 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매출액은 2012년 이후 매년 1조원 이상씩 증가했지만, 헤비테일 방식의 수주가 증가하면서 별도 기준 순차입금은 2011년 2조6120억원에서 지난해 말 6조2177억원으로 13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순운전자본은 2011년 2조6837억원에서 지난해 말 6조3393억원으로 136% 증가했다.
(자료=대우조선해양 증권신고서)
대우조선해양은 운전자본 증가에 따른 현금흐름 부담 완화를 위해 비핵심자산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써닝포인트CC, 연수원을 보유한 자회사 에프엘씨 지분 100% 매각 계획을 발표했으며, 두산엔진 지분 650만주(8.06%), 서울 당산동 사옥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작업이 완료될 경우 2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30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 발행도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세 곳이 대표 주관을 맡았으며, 발행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들어오는 3486억원 가량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사례는 대우조선해양 외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4일 총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삼성중공업도 지난달 12일 총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조성자금 5000억원 중 20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나머지 3000억원은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헤비테일 방식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2년 9월 '조선사 제작금융 프로그램'을 도입해 시중 은행으로부터 3조5000억원의 제작금융을 지원하고 있지만 대형 조선소들은 여전히 운영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상선에 비해 해양플랜트는 선주사의 요청에 따라 설계가 다르기 때문에 초기 설계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제작 초기에 대규모 차입금을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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