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대(對) 중동협력 확대와 스마트산업혁명, 안전산업 육성 등의 내용을 담은 새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기존 정책 재탕과 예산만 늘린 수준에 불과해 요란한 밥상에 먹을 게 없다는 말만 증명했다.
19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7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투자활성화 대책과 신산업 육성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8월 6차 무투회의 후 반년 만에 열된 자리로, 정부는 저조한 국내 투자를 회복하고 수출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대(對) 중동 진출을 늘리고 제조업 분야 스마트혁명을 확산하는 한편 안전산업을 신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관계부처가 참여해 발표한 세부과제만 172개나 되지만 이를 자세히 보면 이미 추진 중이거나 진행 중인 과제를 살짝 변형한 게 태반이다. 말한 활성화 대책이지 사실상 기존 정책에서 예산 더 늘린 것에 불과하다.
우선 '중동순방 성과 이행 및 확산방안'을 보면, 정부는 중동에 할랄식품과 스마트원전, 보건·의료를 수출하고 청년취업 해외 건설·플랜트 금융지원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기존에 추진하던 한-중동 간 협력사업에서 크게 다를 게 없다. 당장 중동은 아시아, 유럽에 이어 우리의 제3위 교역권으로 지난해 교역규모만 1540억달러다.
또 우리나라는 이미 중동과 에너지·플랜트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 중이고, 정부가 박 대통령의 중동순방 성과로 내세우는 스마트원전, 보건·의료 수출 등은 기존 사업의 연장선에 그쳤다. 청년취업도 항공과 보건·의료, 원전 등을 중심으로 200여명 정도 진출했다.
제조업 혁신3.0 전략 실행대책으로 내놓은 방안 역시 이미 여러 차례 개별적으로 나온 노후산단 혁신, 산업엔진 프로젝트, 제조업3.0, 뿌리산업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한데 묶은 수준이다. 다른 점이라면 스마트공장 1만개 확대 등에서 과거보다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과 중장기 단계별 사업화 전략 등을 마련했다는 점이지만 크게 보면 재탕인 셈.
8대 스마트 제조기술 육성, 무인항공기·로봇 등 12대 신산업 시장 창출, 30대 지능형 소재·부품도 집중 개발도 과제만 백화점식으로 나열했을 뿐 이미 산업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2013년 발표한 산업엔진 프로젝트, 13개 스타산업을 우려먹는 수준이다.
스마트혁명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기업의 사업재편을 촉진·지원하겠다는 것은 연초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등 16개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가진 투자간담회, 업계 신년간담회 등에서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요청하며 공언한 바다.
여성 R&D 인력 지원을 위한 자금지원, 직장어린이집 설치, 여성 R&D 인력 확충, 해외 전문인력 유치 등도 고용노동부와 산업부 등이 공동으로 추진했던 정책을 재탕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시중 은행이 공동펀드를 조성해 기업을 돕겠다는 것, 유망 서비스업의 해외진출 촉진 등도 이미 정부가 여러 차례 경제활성화 대책으로 발표했고, 지난해 말 나온 '2015년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언급된 내용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개별 부처 차원에서 추진한 신성장동력 육성을 범 부처적으로 추진해 연계효과를 내는 게 핵심"이라며 "중동 진출도 단순 교역보다 투자를 확대하고 기업별 진출을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 체감도는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지난 2년간 6차례의 무투회의가 있었고 매년 서너번의 경제활성화 대책이 나왔지만 중소기업의 체감효과는 크지 않았다"며 "기업이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릴 먹거리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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