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저조한 전자투표제, 실효성 '도마위'

홍보 부족이 원인..상장사 비용 부담도 문제

[뉴스토마토 조윤경·김병윤기자] 소액주주들의 주주권 행사를 돕기 위해 도입된  전자투표제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전자투표제 이용률이 낮은 수준이어서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참여를 유도한다는 당초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전자투표제 이용 계약을 체결한 회사는 425개사에 달한다. 지난 2010년 도입 후 작년까지 계약을 맺은 기업이 79곳에 불과한 점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 성장세다.

 

하지만 이같은 양적인 팽창 속에서도 전자투표제의 한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우선 전자투표제 계약이 늘어난 것은 작년 말 섀도우보팅제 폐지가 한시적으로 유예되면서 강제성이 부여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업들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전자투표와 의결권 행사권유제를 시행해야 섀도우보팅제 폐지를 한시적으로 유예받을 수 있다.

 

(자료=전자투표 홈페이지(http://evote.ksd.or.kr) 화면 캡처)

 

특히, 3월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된 가운데, 주주들의 실질적인 전자투표제 참여율이 저조한 현실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난 19일까지 전자투표제를 활용한 84개사의 전자투표 행사율은 행사주식수 기준으로 1.72%를 기록했다. 1주일 전(12일)의 4.89%에서 낮아진 것이다.

 

이 중 엘티에스(138690)의 경우, 전체 행사주식수의 약 37.4%가 전자투표 시스템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해 비교적 높은 사용률을 기록한 것 처럼 돼 있다. 하지만 행사주주수는 전체 주주의 0.5%인 8명으로, 모두 최대주주·그 특수관계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소액주주의 참여율은 '0%'인 셈이다.

 

나라케이아이씨(007460) 역시 전자투표 행사율이 11.1%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실제 행사 주주수는 전체 28명에 불과했다. 전체 주주수가 6588명인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전자투표제 참여율이 부진한 원인으로는 '홍보 부족'이 지목되고 있다. 예탁원 관계자는 "사실상 우리를 제외하고는 전자투표제를 홍보하는 곳이 없는 현실"이라며 "발행사(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들도 적극 홍보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장사들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상장사 관계자는 "상장사들이 전자투표를 사용할 때마다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데 그 비용이 크지 않더라도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전적 부담도 있지만 주주들에게 전자위임장을 받기 위해 인력·시간 등이 소요되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장사들은 전자투표제·전자위임장을 사용할 때마다 자본금·주주 수에 따라 수수료를 예탁원에 차등 지급하고 있다. 그 규모는 최저 50만원부터 최대 500만원이며, 전자위임장의 경우 전자투표를 함께 이용해야만 수수료를 50% 할인해 준다.

 

올해 예탁원이 예상한 전자투표·위임장에 따른 수수료 연간 수입은 10억~12억원대인데, 이는 지난 20일 기준으로 이미 8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주주들의 전자투표제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것은 상장사와 관련 기관들의 홍보 부족과 주주들의 주총에 대한 무관심을 반증한 것"이라며 "섀도우보팅제 폐지 대안으로서의 전자투표제 실효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섀도우보팅제 폐지를 앞두고 관련 기관들은 좀 더 현실성 있는 대안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상장사들의 주총 쏠림 현상과 함께 주총 성립·결의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섀도우보팅제 폐지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