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이 격랑에 빠졌다. 후임 사장 인선이 차일피일 지연되면서다. 현 고재호 사장이 다음 임시 주주총회 때까지 대표이사 권한을 유지키로 했지만, 내부는 여전히 뒤숭숭하다.
후임 사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3명의 부사장에 대한 내부 줄서기가 여전하고, 사업계획도 확정되지 않아 업무 효율도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외국 선주사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계약 차질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6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고재호 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기한은 다음 임시 주주총회까지로, 사실상의 시한부다.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 검증을 거치고,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할 때까지의 일정을 고려했다.
고 사장의 연임으로 대표이사 부재라는 최악의 공백 사태은 면했지만, 대우조선해양 안팎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산업은행은 그 책임을 재가가 없는 청와대로 미루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사진=뉴스토마토DB)
26일 대우조선해양 노조 등에 따르면 내부는 이미 혼란, 그 자체다. 올해 사업계획은 물론 인사 및 조직개편 등이 확정되지 않아 현장에서는 각종 결제가 지연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승진 대상자나 관리자 직책에 있는 임직원의 경우 내달 1일로 예상되는 비상경영조치만 바라보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아울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고영렬·이병모·박동혁 부사장에 대한 줄서기의 수위도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눈치 빠른 몇몇은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말도 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안팎에서는 내부 출신 인사가 사장으로 선임될 경우 이들 3명의 부사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고 사장의 연임이 외부 출신인사 영입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외부 출신 인사에 대한 반발이 심한 만큼 두 달 간의 기간을 두고 여론이 잠잠해졌을 때 외부 출신 인사를 사장으로 선임할 것이란 관측이다.
외국 선주사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거제 옥포조선소에 상주하고 있는 선주들의 경우 사장 선임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체크하면서 프로젝트 발주 계약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고 사장이 선주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며 인맥을 다져왔지만, 사장 교체로 방침이 확정된 만큼 시선은 차기 수장이 누구냐에 쏠려 있다. 때문인지 이달 들어 대우조선해양의 신규 수주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내부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산업은행의 조속한 사장 선임을 촉구하기 위해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수차례 산은 담당자와의 면담을 신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자 서명운동을 통해 산은을 압박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는 노조 간부들을 중심으로 서울 상경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고 사장 연임이 확정된 이후 고 사장을 찾아가 내달 1일 있을 비상경영계획에서 인사 문제만큼은 강력하게 추진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인사문제부터 해결돼야 내부 잡음을 불식시킬 수 있고, 선주들과의 신뢰도 회복시키는 등 정상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경영계획마저 산은의 눈치를 보면 더 큰 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조속한 사장 선임을 위해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을 물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조는 이날 기본금 12만5000원 등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노조는 “요구안 전달 후 한 달 간의 검토기간을 거쳐 5월 첫 교섭이 진행될 예정인데 벌써부터 협상을 산업은행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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