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이 난항을 겪고 있다. 애초 2014년 말에 타결되리라고 전망됐으나 올해 3~4월로 타결시점이 연기됐다. 아예 '상반기 중'이라는 애매한 시점까지나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TPP 참여를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자칫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지적이 나올 판이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TPP 협상은 막바지 수순에 이르렀으나 여전히 몇가지 쟁점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15일 하와이에서 막을 내린 TPP 수석교섭관 회의를 보면, 미국과 일본 등 12개 TPP 참가국들은 농산물 관세와 지식재산권 등에서 자유화 수준을 합의하지 못했다. 이에 4월 중에 TPP 각료 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계획도 현재는 기약 없이 미뤄졌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통합 모형(사진=산업통상자원부)
통상 전문가들은 일찍부터 이런 상황을 예견했다. TPP에는 미국과 일본,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멕시코, 캐나다 등 경제규모와 사정이 제각각인 나라들이 참여하다 보니 통합적인 무역자유화를 달성하기 어려운 것.
또 TPP가 미국이 주축으로 중국 경제권을 포위하자는 전략의 일종인 탓에 베트남과 브루나이, 일본 등이 TPP에 타결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는 등 미-일 관계가 호전됐고 TPP 타결이 진전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러나 사실 큰 영향은 없을 것이고 4월 중에 TPP가 타결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TPP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은 TPP 참여선언 전 관심표명 단계로 'TPP 추진동향을 면밀히 검토한 후 국익을 고려해 TPP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TPP 참여를 거의 확정한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존 키(John Key) 뉴질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정부는 TPP 동향을 관찰하고 있으며 TPP 참여를 최종 결정하면 뉴질랜드와 긴밀히 협력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재도 산업부 제2차관도 지난 25일 업종별 간담회에서 "TPP가 타결되면 환태평양 역내에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8%인 최대 통합시장이 형성되고 글로벌 가치사슬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우리 기업에게 새로운 시장과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김인호 새 무역협회장 취임 간담회에서 "이미 TPP에 참여한 나라들이 어떤 태도를 보이던 우리 정부는 TPP에 조속히 참가 의사를 밝혀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문제는 우리가 TPP 타결을 서두르면서 자칫 실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정부는 TPP에 관심만 표명했다는 이유로 국내 경제영향분석이나 산업계 보호대책 마련은 다소 소홀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3년 이후 통상절차법에 따라 TPP 공청회를 열기는 했으나 농업계·산업계 요구사항을 반영한 TPP 관련 대책은 아직 발표된 게 없다. 오히려 공청회가 행정절차를 지키기 위한 요식행위로 그친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해 7월 쌀 관세화를 선언할 때도 농민에게는 '시간을 두고 쌀 관세화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하다가 막판에 쌀 관세화를 결정했다"며 "TPP 타결이 계속 미뤄지는 만큼 시간을 두고 대책 마련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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