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차기 사장 선임 지연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042660)이 우여곡절 끝에 31일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지난 16일 어렵사리 이사회를 열면서, 이날 주주총회의 단초를 마련했지만 끝내 사장 선임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특히 차기 사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대우조선해양 부사장들이 보직을 받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는 더 커졌다.
노조는 조속한 사장 선임과 낙하산 인사 반대를 외치며 주주총회가 열리는 서울 본사 앞에서 상경투쟁을 진행했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청와대와 여론 눈치를 살피다 적기를 놓치면서 내분만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대우조선해양은 31일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 대강당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의 안건 등 대부분의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사장 선임 지연으로 높아진 불안감은 주총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주총에 참석한 현시한 노조위원장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에 대표자가 없는 것은 상식을 뒤엎는 일”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을 정치 놀음판이 아니라 삶의 터전으로 되돌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 위원장은 주총에 참석한 산업은행 관계자에게 사장 선임이 지연되는 이유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 위원장의 재촉 속에 산은 관계자는 “답변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논란을 키웠다.
같은 시간, 주총장 밖에서도 노조의 시위는 계속됐다. 노조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표이사를 조속히 선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낙하산 인사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조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의 정치권 눈치보기로 인한 직무유기로 선장없는 항해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사장 공백 사태로, 지난 2월 이후 한 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장 선임 지연으로 외국 선주사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으며, 예산 역시 제때 집행되지 않아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조선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마치 공기업 사장 내려보내듯 하는 낙하산식 인사는 총파업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노조 관계자는 “최근 후보로 거론되던 부사장들의 보직이 없어지면서 내부 인사에 대한 기대는 점점 줄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누구라도 빨리만 와라. 제대로 일 좀 하자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다급한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김열중 한국산업은행 재무부문장(부행장)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는 이종구 전 의원, 정원종 동아대 교수, 이영배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 기획조정실장이 신규 선임되고, 이상근 서강대 교수가 재선임됐다.
당초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후보에 올랐던 조전혁 전 의원은 감사위원 선임에 반대하는 일부 주주들의 요청에 따라 사외이사에만 재선임됐다. 조 전 의원은 전교조 명단을 공개,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장본인이다.
이사 선임과 감사위원 선임 외에도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한도(60억원) 승인 등의 안건이 가결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경영 목표로 매출액 14조500억원, 수주액 130억달러를 제시했다. 다만 사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내외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어, 이 같은 목표가 현실화될 지는 불분명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극심한 조선경기 불황 속에서도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수주목표를 달성하며 한국 조선의 자존심을 지켰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6조7863억원, 영업이익 4711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각각 9.7%, 6.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은 3조원이 넘는 사상 최악의 영업손실을 냈고, 삼성중공업도 전년 대비 무려 80%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LNG선에 집중한 수주 전략이 실적을 견인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저유가 현상으로 인한 오일 메이저들의 투자 축소 등에도 창사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총 149억달러를 수주했다. 특히 야말 프로젝트 등에서 35척을 따낸 LNG선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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