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연희 강남구청장의 '박원순 이기기'
2015-04-02 16:50:32 2015-04-02 16:50:32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강남구는 구룡마을의 악몽이 끝나기도 전에 서울시에서 이번에는 강남구와 한마디 사전 협의 없이 무역센터 주변 관광 특구, 한전부지와 함께 영동대로 세계화 개발의 또 하나의 거점인 SETEC 부지 개발과 관련 2014년 4월 서울시의 개발 계획 발표를 믿고 구민의 지혜를 모으는 중에 당해 SETEC 부지에 소위 '시민청'을 세운다고 기습 발표해 품격과 자존을 생명과도 같이 여기는 강남구와 강남구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모멸감을 또 한번 안겨 주었다. 서울시는 SETEC 부지에다 소위 시민청을 세우려는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SETEC 부지는 당초 계획대로 강남구안을 반영해서 조속히 국제교류복합지구로 개발을 추진해 주기를 시장에게 호소한다."
 
연극 대사처럼 다소 과장되고 감정적인 글이다. 이 연극에서 악역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권력을 이용해 강남구민들을 농락하고 시민청을 만드는 역할이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강남구민들의 품격, 자존감을 위해 박 시장에게 맞서는 주인공이다. 이 연극을 쓴 사람은 당연히 신 구청장이다.
 
허구의 연극 속에서 '시민청'은 악의 상징이다. 시민청 때문에 강남구민들은 국제교류복합지구라는 보물을 손에 넣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 속 시민청은 거창한 곳이 아니다. 단지 SETEC부지 공실 건물 일부를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수준이다.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은 계속 진행 중이다. 개발이 확정되면 시민청은 다른 곳으로 옮겨지거나 개발 계획 일부로 포함될 뿐이다.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과 관련 없는 시민청에 신 구청장이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가 강남구청에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양보했을 때 언론에서는 신 구청장이 박 시장에게 승리했다고 표현했다.
 
여기에 차기 야권 대선 후보 중 한명인 박 시장과 함께 거론되면서 인지도가 올랐다. 박 시장을 눈엣 가시처럼 여기는 새누리당에게 점수도 많이 땄다.
 
만약 서울시가 SETEC부지 시민청 설립을 포기한다면 신 구청장의 정치적 위상은 더 높아진다.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이 시민청과 관계가 없다는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박 시장을 물러나게 해 자신이 이득을 얻으면 된다는 듯한 태도다.
 
'국민 게임'이었던 스타크래프트’에서 테란 진영의 보병 '마린'은 '스팀팩'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사용하면 공격력과 속도가 빨라져서 게임을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 서울시 정책에 발목을 잡는 것은 단기적으로 신 구청장에게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스팀팩'은 에너지가 하락하는 부작용이 있다. 신 구청장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할 경우 정치적 자산은 떨어질 것이다.
 
이미 신 구청장은 여러 차례 타협하지 못하고 공격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다. 서울시 양보로 구룡마을 개발을 합의했을 때도 서울시 공무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취하하지 않았다. 여기에 담당 공무원 인사 조치를 요구하며 시장 권한까지 침해하는 행태를 보였다.
 
구룡마을 주민회관 철거 때도 기다리라는 법원의 지시를 무시하고 철거를 강행했다. 판사가 이를 비판하자 오히려 "적법한 절차를 지켰다"며 판사에게 유감을 표시했다.
 
신 구청장이 구청장 퇴임 후 강남구 지역 국회의원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출마여부야 가 봐야할 문제다. 정치 현실적으로 국회의원은 지역구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국가 전체의 이익도 생각해야 한다.
 
자신과 지역구 이익을 위해 타협도 양보도 하지 않고, 왜곡과 과장을 서슴없이 하는 국회의원이 더 늘어난다면 국가적인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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