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점차 가까워지며 달러 강세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흥국에서의 자본 유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이 공개한 외환보유고 통화별 구성 보고서(COFER)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신흥국의 외환보유고는 7조7440억달러로 1년 사이 1145억달러가 줄었다.
작년 2분기 8조642억달러까지 도달했던 신흥국의 외환보유고가 점차 위축되기 시작한 것. 신흥국의 연간 외환보유고 규모가 감소한 것은 IMF의 통계가 시작된 1995년 이후 처음이다.
이를 두고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융 긴축이 기정사실이 되며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빠져나왔고, 신흥국들은 달러 강세로 인한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풀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즈(FT)가 신흥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0%가 "신흥국의 외환보유고는 정점을 지났다"고 답했다.
과거 무역수지 흑자와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로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였던 신흥국의 지위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2004년 1조700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불어나는 동안 이 자금은 미국과 유럽 국채 매입에도 사용돼 글로벌 경제의 선순환을 돕기도 했다.
대표적인 곳이 중국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8년 이후 중국은 4조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를 발판으로 줄곧 미국의 최대 채권국 지위를 지켜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 같은 상황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6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1월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은 1조2391억달러다. 전달보다 52억달러 줄어든 것으로 5개월 연속 감소다. 중국 인민은행이 집계한 작년 4분기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3조8400억달러로 전분기대비 500억달러 줄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의 외환보유고 감소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튼 장 배큠 ING투자운용 선임투자전략가는 "1분기에도 신흥국의 외환보유고 감소가 이어졌을 것"이라며 "1~2월 중 15개 신흥국의 외환보유고 규모는 약 2997억달러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한편 달러의 가치가 점차 높아지며 글로벌 자본시장에서의 달러의 인기도 날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글로벌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62.9%로 직전분기의 62.3%에서 0.6%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유로화의 비중은 22.6%에서 22.2%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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