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시중은행들의 신규 채용 소식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청년 구직자들이 몰려있는 대졸 신규채용은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대형은행 가운데 1000명 규모의 채용 계획을 밝힌 곳도 있지만 그 중 인턴이나 희망퇴직자 재채용 등 계약직이 수백명에 달한다는 지적이다. 일자리 창출을 압박하는 정부의 등살에 채용 계획을 부풀리기했다는 시선도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민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은 올해 채용 계획을 내놓았다.
우선 농협은행은 올 상반기에 294명을 채용하기로 확정했다. 여기에는 특성화고 졸업예정자 50명 채용분이 포함돼 있다. 농협은행은 상반기 채용규모가 금융권 가운데 가장 많지만 지난해(400명)에 비해서는 줄었다.
국민은행은 올해 총 1000여명을 신규 채용한다.
이 중 대졸 신입사원 채용은 400명으로 지난해(290명) 비해 100여명 늘었다. 하지만 기존 고졸, 보훈채용은 경력단절 여성 채용까지 포함해 지난해 65명에서 300명으로 대폭 늘었다. 하계·동계 청년 인턴 300명 채용도 여기에 포함됐다.
신한은행의 경우 1000여명을 규모의 채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대졸 일반직 350명을 비롯해 특성화고 졸업예정자 70명, 장애·보훈 특별채용 80명, 경력단절 여성 280명 등을 뽑는다. 신한은행은 지난해에는 대졸 272명, 특성화고 38명, 장애·보훈 60명, 경력단절여성 220명을 뽑았다.
특히, 올해부터 부지점장 이상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시간선택제 전담 관리직제'가 신설됐고, 여기에 220명을 신규 채용된다. 이 직군은 희망퇴직 후 남은 정년의 3분의 2를 근무하는 계약직이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신규 채용 규모가 전체적으로 지난해 비해 늘어나긴 했지만 대졸 일반직 채용은 크게 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대졸 신입채용보다는 중요 업무를 맡길 수 없는 인턴 등 계약직이 상당수 포함됐다"며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압박하니까 부랴부랴 계약직 채용을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5개 금융협회장들과 회동을 갖고 금융사가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한다는 당부를 언급한 바 있다.
은행권도 고민이 깊다. 현재 은행업은 저성장·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또인터넷거래 등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실적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고 있다. 대규모 희망퇴직을 자구책으로 꺼내놓은 곳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초 상반기 채용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사회적 책무를 하자는 차원에서 채용 규모를 늘리는데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수익성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채용을 대폭 늘리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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