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새누리당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대응 기조를 잡으면서 친박계 의원들은 사안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며 잔뜩 움츠러드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전날 김무성 대표가 검찰에 '성역 없는 수사'를 공개 촉구한 데 이어 13일 유승민 원내대표가 "당분간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지만 검찰 수사로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특검으로 가는 것도 결코 피하지 않겠다"며 특검 가능성을 내비치는 강수를 뒀다.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우선 순서는 검찰"이라면서도 "결과를 놓고 국민들이 판단할 것 아닌가. 그때 가서 정 국민들이 내용이 이해가 안 간다면 특검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혹을 받고 있는 여권 인사들과 철저한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김 대표는당-청 소통 강화를 위해 지난 3월 초 시작된 '고위 당정청 회의'도 당분간 열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아울러 파문 와중에 열린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친이계 김성태 의원이 리스트에 올라있는 이완구 총리에게 "총리님 왜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으냐"며 질의를 시작, 성 전 회장과의 통화내용, 구명 운동 여부 등 언론을 통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다. 그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는 "검찰 수사에서 밝히지 못한 사실이 특검에서 나올 경우 장관과 검찰총장이 옷 벗을 각오해야 한다"며 철저한 수사를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당의 강경한 입장에 친박계 의원들은 사안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는 상황이다.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모처럼 만에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검찰이 새로운 팀을 구성했다. 이 리스트에 대해서 진위를 가려 한 점 의혹 없이 국민에게 밝히는 것만이 이 사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서 최고위원은 비공개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에서 수사할 문제고, 더 드릴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친박계 의원들이 주축인 새누리당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소속 의원 30여 명도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을 초청,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으나 현안에 대한 특별한 언급 없이 철저히 주제에 맞춘 행사를 진행했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하는 윤상현 의원은 포럼 후 기자들과 만나 "여기서 이야기할 게 아니다"라며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대통령도 말씀하셨지만 철저한 수사를 통해 성역 없이 가려내야 한다"고 원론적 입장만 보였다.
한편, 여권발 초대형 비리의혹에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총리를 비롯한 최고 권력 실세들인데 그들이 직책 뒤에 숨어있으면 검찰이든, 특검이든 무슨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면서 관련자들의 퇴진을 거듭 촉구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13일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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