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국가적 재난인 세월호 참사가 16일 1주기를 맞았지만 정부는 추모 분위기 확산을 자제하자는 분위기다. 지난 1일 예정에 없던 세월호 보상금 긴급발표를 떠들썩하게 홍보할 때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전국적으로 추모 열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관가만은 예외인 것이다.
특히, 경기부진의 원인을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탓으로 돌리던 6개 경제부처 장차관들은 세월호 추모식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부처 장차관 가운데 세월호 참사 추모식에 참석하기로 한 사람은 유기준 해수부 장관이 유일하다.
여론을 의식한 안전처가 뒤늦게 '국민안전다짐대회'로 추모식을 대신한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공정위와 산업부 등 2개 부처의 경우 장차관 모두 참석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부처에서는 세월호에 대한 언급을 피하기 위해 이날 미리 예정된 행사까지도 취소하고 "조용히 하루를 넘기자"는 분위기다. 경제부처의 장차관 공식 일정도 '안전 물타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안전다짐대회 참석 외에 대부분의 일정을 비우거나 취소했다.
국토부의 경우, 산하기관인 아시아나항공과 기자단 오찬 계획이 예정돼 있었지만, 활주로 이탈 사고 등의 이유를 들어 행사를 취소했다.
정부 관계자는 "오늘 큰 식사 자리를 치뤘다가 나중에 뒷 얘기가 나올 것이라는 부담감들이 있다"며 "오늘만큼은 조용히 지나가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세월호 이후 거의 두 달 동안은 공무원 출입증을 찬 채로 길거리를 다니기조차 어려웠다"며 "오늘도 부처 이름을 달고서는 뭔가 일을 벌이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조 관계자 역시 "세월호 추모는 예정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국공무원노조가 15일 밝힌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분들을 위해 추모대회에 적극 참여하고, 유가족의 뜻에 따라 모든 지원활동을 병행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부처 내 이같은 분위기는 해수부가 지난 1일 세월호 참사 유족 보상금 발표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해수부는 당시 계획에도 없던 보상금 발표 브리핑을 긴급하게 잡아 언론사들에게 "(보상관련 보도자료를) 크게 써달라"며 전화까지 걸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 바 있다.
전공노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안전다짐대회'라는 관변행사로 추모와 애도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정문에 걸린 세월호 참사 추모 노란리본.ⓒNews1.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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