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여야가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단체 지원을 골자로 한 사회적경제기본법(기본법)을 4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여당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회적경제는 복지와 일자리에 도움이 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역사적 진화"라며 "19대 국회가 기본법을 제정해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적 진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현재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각 법안별로 세부 내용에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사회적 기업·협동조합, 생협,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의 지원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사회적경제위원회를 설치하고. 사회적경제발전기금 조성과 사회적경제발전기본계획 수립 의무 등을 명시했다.
여야 합의에 더해 여당 원내대표가 법안처리에 재차 의지를 보이면서 법안 처리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기본법의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법안 처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아직까지 야당 안에 대한 여당의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신계륜 의원은 "우리가 제안한 안에 대한 (여당의) 답이 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필요한 법이기는 한데 여건이나 시기가 이르다"며 "(제도적 지원시) 도덕적 해이에 대한 자율적 통제장치도 필요하고 선거에까지 동원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회적경제단체가 정치에 조직적 영향력을 가질 수도 있고, 기본적으로 야당과 가까운 이슈라 (새누리당이) 남 좋은 일해주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앞의 기재위 여당 의원은 "넓은 의미의 경제민주화가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치밀하고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기본법을 밀어붙이는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반발로도 읽힌다.
또 다른 기재위 소속 여당 의원은 "(유승민 대표가) 그러면 안 된다. 지역 여론도 들어보고 상임위 과정 등에서 당의 컨센서스가 모아져야 한다"며 "법안을 발의해놓고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원내대표가 됐다. 그래서 당의 의견'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동조합 경제 모델의 대표 주자가 박원순 서울시장이라는 점이 정치권이 고심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대선 예비 후보인 박 시장을 여권에서 벌써부터 경계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기재위는 오는 21일쯤 전체회의를 여는 데는 합의했지만 구체적 안건을 정하지 못 했다. 기본법을 논의할 경제재정소위원회 의사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야당은 상임위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안홍준 KIC(한국투자공사) 사장 사퇴와 미흡한 연말정산 전수조사 결과 보고 문제가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촉구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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