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주택을 찾기가 어려워 지고있습니다. 아파트가 남아돌아 미분양 주택을 쳐다도 보지 않을 때가 있었지만 이제 진흙 속 진주를 찾기 위해 재검토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습니다.
지금은 지역의 랜드마크를 자처하며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아파트들도 흑역사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미(未)분양과 미(美)분양은 단 한끗, 어느 시대에 태어났느냐 차이에 불과했습니다.
반포 자이. 지금은 반포래미안퍼스티지와 함께 강남권 주택시장을 호령하는 반포의 쌍두마차지만, 이 아파트의 아픔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2008년 분양 당시 반포자이는 호기롭게 청약접수를 받았지만 결과는 참패. 558가구 중 40%정도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교통, 교육, 편의시설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죠. 분양가만 빼고.
3.3㎡당 3100만원대. 당시만 해도 일반 아파트로써 이 분양가는 고분양가에 해당했습니다. 지금 강남에선 보통이지만.
결국 교포를 상대로 할인 투자설명회도 열고 펀드회사에 매각까지 해가면서 겨우 미분양을 터는데 성공했죠. 이 과정에서 건설사가 미분양분을 직원들한테 떠넘겼다, 브로커에 통매각했다는 소문도 무성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 아파트 전용 84㎡는 14억원에 육박합니다. 전세는 10억원. 2008년 당시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11억원 내외. 가지고 있었다면 전세금만으로도 투자 원가는 뽑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부의 상징 중 하나로 손꼽히는 도곡독 타워팰리스는 어떨까요? 반포자이가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면 타워팰리스는 외환위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미분양 사태를 겪었습니다.
결국 시행사는 임원에게 강매를 하게 됩니다. 13억원에 억지로 떠넘겼던 전용 137㎡는 한때 21억원까지 치솟게 됩니다. 외환위기 부동산대책에 따른 양도세 미적용 혜택으로 보유했다면 거액의 시세차익을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요즘 얘기를 들어보니 외환위기 당시 두자릿 수 대출이자를 버티지 못하고 매도한 직원이 많아 실제 그렇게 돈을 번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하더군요.
옛날 얘기들이고, 최근에는 위례신도시의 부영사랑으로가 쏠쏠한 수익을 안겨줬다고 하는데요. 사랑으로는 위례신도시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을 남긴 단지였습니다. 수도권 청약 광풍의 진원지인 위례신도시에서 492가구나 미분양을 냈죠. 건설사는 인테리어를 다시하고 동호수지정 선착순 분양을 했습니다. 중개업소에서는 할인까지 해줬다고 하는데요. 이 때 미분양을 하나 주웠다고 말하는 지인께서는 현재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나중에 노후를 보낼 요량으로 미분양을 받은건데 지금은 위례 청약 광풍을 타고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기 때문입니다.
한승수 기자(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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