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강세가 당분간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성장률 둔화로 달러가 약세를 띄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의 돈풀기 작전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5일 드라기 ECB 총재가 내년 9월까지 양적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은 이후 유로화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3월 초 이후 처음으로 1.10달러대까지 회복된 상태다.
29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2% 상승한 1.11달러를 기록했다.
(자료=인베스팅닷컴)
이날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추후 판단'이라는 코멘트를 단 점도 유로화 강세를 견인할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달러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외환시장 전문가 토머스 에버 릴은 "최근 부진한 미국의 경제지표 때문에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는 내년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몇 주간 이어진 달러 약세도 연준 금리인상 지연 가능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연준의 금리 인상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고용시장도 아직은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달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자 수는 12만6000명으로 15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쇼크 수준이었다. 1.0% 성장을 내다봤던 전문가들의 예상에 크게 못미치는 0.2%로 잠정 집계됐다. 시장의 기대치와 상당히 거리가 있는 수준이다.
이후 시장에서 미국 경제회복을 바라보는 시각도 급격히 냉각되는 분위기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은 사탕발림을 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야누스 캐피털의 매니저 '채권왕' 빌 그로스도 "연준은 최근 미국 경제가 추운 날씨로 인해 일시적으로 부진하다고 분석했지만 이는 현실과 다르다"며 "높은 부채 수준과 고용창출 둔화 등 장기적인 요소가 오히려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올 하반기 2~3% 수준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유로화가 그리스 리스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그리스가 구제금융 협상 과정에서 난항을 빚을 경우 유로화 약세 전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리스가 이번주 협상팀 수장을 교체하면서 구제금융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던 찰나에 무디스가 그리스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다시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로 돌변하고 있다.
무디스는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과 제시간에 협약을 마련해 채무 상환 기한에 맞출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강등 이유로 설명했다.
유동성 고갈에 시달리고 있는 그리스가 72억유로(8조4501억원)의 구제금융 분할금을 지원받지 못할 경우,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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