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시기에 있는 청소년 자녀와의 대화를 어떻게 시도할 것인가는 부모들에게 항상 고민이다. '잔소리의 악순환'을 끊는 것도 먼저 대화가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 물꼬는 부모가 자녀 그 자체를 인정해주는 데서 트인다. 즉 자녀에 대한 기대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녀의 현재 상태에 대한 불만감을 직설적으로 표출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먼저 ‘인정’해 주라는 것이다. 자녀와의 진심 어린 대화도 바로 그 때부터 시작된다.
이런 준비가 되었다면 첫 번째 자녀의 스트레스 원인이 뭔지, 부모가 어떻게 도와주는 게 좋은지 물어보자.
자기 주장이 강한 편이라면 부모가 자신의 의사를 물어봐 주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실마리가 풀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스스로 주도권을 가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는 것이다.
속내를 감추는 타입이라면 부모가 명령이 아닌 여러 대안을 제시해서 선택하게 하는 것이 지혜로운 대화방법이다. 물론 부모는 자녀의 결정을 적극 지지해주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둘째는 '또래 문화'를 인정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청소년기는 '또래 문화'를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 시기다. 따라서 또래 이외의 사람들이 이 문화에 제재를 가하거나 간섭을 하면 의도가 어떻든 일단 거부하고 반항하게 된다. '또래 문화'는 성인으로 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자녀들이 자기들만의 은어나 약속, 행동지침을 만들어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소소하고 다소 못마땅한 일에 몰입하더라도 긴 안목에서 이해를 해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자녀들의 관심사를 주제로 부모들이 공감대를 형성해 함께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수나 TV프로, 즐겨 읽는 만화책 등이 무엇인지 넌지시 알아뒀다가 주말 등 시간이 있을 때 그를 주제로 시간을 같이 해보자.
물론 자녀들이 질색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계속되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면 어느새 자녀들과 신나게 수다를 떠는 때가 올 것이다. 이런 일들이 익숙해지면 부모는 자녀들에게 관심사를 존중해 주는 지지자로 인식됨은 물론이다. 또 이런 노력이 지속되면 단순한 대화 수준을 넘어 깊이 있고 신뢰 있는 조언자가 될 수 있다.
당장은 ‘부질없는 짓’으로 치부될 수 있겠지만 잔소리로 수학문제 하나, 영어단어 하나 외우게 하는 것 보다는 자녀에게 훨씬 더 의미 있는 도움을 줄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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