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인구의 노인 비율이 곧 세계 2위라고 한다(1위는 일본이다). 알다시피 지금은 노인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노인의 삶은 벼랑 끝에 있는데, 노인 수가 느는 것이다.
2060년에는 국민연금의 잔고가 바닥난다. 노인의 삶에 또 하나의 적신호다. 이 나라는 불평등이 심하다. 그게 당연시되기도 하는 나라에서 형편 넉넉잖은 노인의 삶은 공적 연금에 기댈 수밖에 없다. 국민, 공무원 연금을 아우르는 공적 연금과 관련한 논쟁은 ‘인화성 물질’인 것이다. 지난주, 아슬아슬하게 이어가던 논쟁에 불이 붙었다.
여·야는 일단 큰 판을 짰었다. 공적 연금 체계를 강화해서 국민 대다수의 노후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만들자는 것. 세금이라는 공적 자금으로써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공무원 연금도 그 틀 안에 있다. 국민, 공무원 연금의 문제를 따로따로 따짐은 부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여당은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 내용은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합의문에 국민연금과 관련한 내용을 넣자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 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자는 건데, 형식은 ‘별도 첨부’였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 여당은 공무원 연금 문제를 마무리하길 원했다. 야당은 공적 연금 논쟁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었다. 야당은 공무원 연금 문제에 국민연금 문제를 이을 연결 고리(별도 첨부)를 원했다. 여당은 부담이 크지 않는, 즉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에서 그 고리를 걸어줬다. 여당은 실리를, 야당은 명분을 얻었다. 서로서로 입장을 반영한 정치의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가 정치를 거부했다. “국민연금 개혁은 국민의 동의를 얻은 후에 하자”고 대통령이 말했다. 의아한 대목이다. 당사자(공무원)의 심한 반발을 무릅쓰고 밀어붙인 공무원 연금 개혁 아니었나. 공적 연금이라는 같은 틀 안의 국민연금 문제를 푸는 태도는 왜 정반대인 걸까. 혹시 공무원은 ‘국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어쨌든 정부는 여·야가 짠 판을 깼다.
“야당이 주장하는 소득대체율 50% 때문에 보험료가 2배로 뛸 수 있다”고 정부가 설명했다. 마이크를 잡은 보건복지부 장관(문형표)은 “보험료 폭탄”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썼다. 정부는 폭탄을 막고자 판을 깼다는 거다.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났다. 정부는 보험료의 인상과 소득대체율의 관계를 왜곡했다. 국민연금 잔고가 바닥나는 시점을 늦추자면 보험료 인상은 이미 피할 수 없다. 연금 고갈 시점을 2100년도로 소득대체율을 50%로 둘 때, 보험료가 2배쯤 오르긴 한다. 중요한 건, 소득대체율 인상으로 인한 보험료 인상분은 2% 채 안 된다는 것이다.
끼워 맞추기로 설명한 탓인지, “국민의 동의를 얻은 후에 하자”는 말은 ‘부담되니까 다음 정권이 하라’는 마음으로 읽힌다. 국민, 공무원 연금을 아우르는 공적 연금 개혁이라는 판을 깨는 또 다른 ‘정치’다. 정권을 잡은 입장에서, 국민의 지갑 문제를 건드리는 문제는 늘 부담이긴 하다. 까딱했다간 지지율이 휘청한다. 정부는 그 부담을 못 견뎌 판을 아예 깨버린 걸까.
YTN 뉴스 영상, 캡쳐/바람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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